원자력해체연구원(원해연)의 경주 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중심이 되어 경주에 '국제원자력인력양성원'(원인원)과 '원자력기술표준원'(원표원) 설립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발표는 경주가 국가산업의 대계를 위해 헌신적으로 협력해 온 보람의 결과다. 그동안 원해연 유치를 위해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경북도, 정치권 등 실로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경주해왔다. 아직 선정이 확정될 때까지는 시일이 소요되겠지만 '원인원'과 '원표원'의 경주 설립은 '원해연'의 경주 유치를 확정시킬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세계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제 블록을 강화하는 한편 R&D 관련 연구기관과 산업의 클러스터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산업 역시 클러스터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원전을 건설만 해왔지 국가차원의 기술인력 양성이나, 부품의 안전성 검증 등 체계적인 발전정책이 미비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노후화된 원전의 해체기술 같은 기술 노하우 축적 부족과 연관 산업의 집적을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 부문에 대한 새로운 경쟁력 강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원전 설치기술의 전문성과 다양성,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과 효율적인 관리 기술은 따로따로 떼어내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독특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원전산업의 클러스터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미래 먹거리 첨단산업이다. 세계원자력협회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430여 기가 신설되고 여기에는 1천20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블루오션 시장을 거머쥐기 위해 원자력 관련 연구기관의 집적과 기술력 제고, 기술인력 양성, 기술표준화를 서둘러야 한다. 더구나 각국의 원전들이 노후화되어 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월성1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의 처리문제가 현안사항으로 대두되고 있다. 해체기술의 선점화를 통한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은 우리가 당면한 선진국 진입의 열쇠라 할 수 있다. 우리 원전의 해체를 우리 기술로 할 수 있을 때 세계 원전시장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원자력 관련 연구원의 클러스터는 관련부품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한 IT산업의 '실리콘 밸리'처럼 경주에 가칭 원자력산업의 '뉴크리어 밸리'가 조성될 것으로 확신한다. 경주는 울산의 자동차, 선박산업, 포항의 철강산업을 두고 있어서 철강, 기계 등 부품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원인원, 원표원, 원해연이 들어선다면 원자력부품산업과 생명공학산업과 같은 첨단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나아가 경주의 '뉴크리어 밸리' 조성은 대구의 의료산업 발전에도 획기적인 공헌을 할 것으로 본다. 신물질약물개발을 하려면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방사광가속기연구센터와 함께 원자력연구센터의 연구 결과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상생은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과학 기술력을 높이는 가까운 분야부터 협력하는 길부터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경주는 원전과 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이 있고, 이를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원자력환경공단과 한수원 본사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 원인원, 원표원과 함께 원해연이 설립되어 집적의 시너지 효과를 통한 세계적인 원자력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야 한다. 정부는 원자력과 같은 특수한 분야는 자치단체 간의 경쟁이 아닌 국가차원의 경쟁력 확보라는 안목에서 가장 적합한 지역인 경주에 원해연 설립의 과단성 있는 정책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해남/계명대 환경대학 전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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