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매일신문 1면에는 특종 기사가 실렸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대구 송현동 현금 살포'에 대한 온정으로 "돌아오지 못한 돈도 사정이 있겠지요. 그 돈으로 사용해 주세요"라며 매일신문 편집국에 전달하고 간 500만원 기부금에 대한 미담 기사였다. 그가 봉투에 담아 건넨 5만원짜리 지폐 100장과 자필로 쓴 메모 사진도 함께 보도됐다. 이 기사는 대구는 물론이고 전국의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며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정작 국내 최대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모바일 뉴스 메인 페이지에 올라 있는 것은 매일신문의 기사를 보고 쓴 한겨레신문의 기사였다. 사진 역시 매일신문 특종사진이었다. 이 기사에는 댓글만 4천400여 개가 달리면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특종은 매일신문에서 했지만, 정작 그 '과실'은 이를 차용한 서울 소재 언론사가 가져간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매일신문 측은 네이버에 항의하며 기사를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매일신문은 인링크 제휴사가 아니라 모바일 메인 화면에 게재가 불가능하다. 회사 정책상 지역 언론사는 아직 모바일 인링크 제휴 계획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네이버는 언론사에 비용을 지불하고 기사를 사 와 그들의 시각으로 기사를 재선정해 뉴스 메인 화면에 편집해 보여주는데, 이것을 '인링크' 서비스라고 일컫는다.
이 모바일 인링크 서비스에 있어 지역 언론사는 제휴를 원해도 불가능한 것이 회사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인링크 서비스를 제휴하고 있는 '인터넷' 네이버 뉴스조차 보고 쓴 한겨레 기사가 메인화면에 편집돼 있었다.
사실 점유율 70%를 자랑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정보가 소통되는 요즘 세상에서 '갑 중의 갑'으로 꼽힌다. 상당수 시민은 이들이 보여주는 '틀'을 통해 세상을 접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역 언론은 소외돼 있다 보니 지역 정보를 제대로 찾아보긴 힘든 현실이다. 더욱이 지역의 뉴스가 '서울'의 시각으로 왜곡돼 보도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현재 네이버는 100여 개에 달하는 모바일 인링크 제휴사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 대다수는 서울지역에 기반을 둔 일간'주간'월간'전문지와 온라인 매체들이다. 매일신문은 국내 일간지 중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부산일보에 이어 5번째로 지령 2만 호를 넘어서 현재 2만1천692호 신문을 발행하는 유서 깊은 전통을 지녔음에도, 지역 매체는 아예 인링크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모바일에서 지역 언론의 기사 검색이 가능해 진 것도 지난해 12월부터였다. 매일신문의 끈덕진 문제제기 등으로 겨우 지역 언론의 기사가 '검색'만이라도 가능하게 바뀔 수 있었다.
지역을 무시하는 이런 네이버의 정책에 대해 대구 시민들은 "뭐 이렇노, 개념이 없네" "슈퍼 갑질!"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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