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 당연히 시행해야

건보료 부과 개선 포기는 소신 없는 정책표본

고소득층 반발보다 국민 저항 두려워해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올해 안에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며 '소득 중심의 건보료 개편 논의'를 원점으로 돌렸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이라는 현안 해결을 위해 특별기획단까지 구성해 만든 개선안을 발표 예정 하루 전날 포기 선언으로 바꾼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과 후년의 대통령 선거를 고려할 때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번의 건보료 부과 방식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보건복지부가 밑그림을 다 그려놓고 공개 직전 덮어버린 건보료 개선안은 부과 방식을 재산에서 소득 중심으로 바꿔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게 요지였다. 현행 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 매기고,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과 재산'자동차를 합산한 것에 부과한다. 이 때문에 실직 상태인 지역가입자가 집이나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터무니없는 건보료를 부담해왔으며, 실제 소득이 높은데도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자가 많았다.

실례로 5억원이 넘는 재산과 연 2천300여만원의 연금소득이 있는 실직자는 직장가입자인 아내나 자녀의 피부양자가 되면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반면 반지하 셋방에서 힘겹게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는 매달 5만원이 넘는 건보료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건보료 개선안은 이러한 모순투성이와 지역가입자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개선안이 시행되면 근로소득 외에 임대'사업'금융 등 종합소득이 있는 고소득 직장인과 고소득 피부양자는 평균 10만~20만원가량의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상자는 45만여 명으로 추산됐다. 연말정산 때문에 전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정부가 또다시 불거질 증세 논란에 부담을 느껴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숫자 때문이다. 문 장관이 브리핑에서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솔직히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 것에서 이런 부담이 읽힌다.

그러나 건보료를 더 내게 될 것으로 추산되는 고소득층 45만여 명의 반발이 두려워, 건보료 부담을 덜게 되는 지역가입자 600만 가구의 불이익을 외면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더구나 이번 건보료 개선안 시행에는 부과 방식의 공정성과 형평성이라는 절대적인 명분도 있다. 정부는 이번 개선안을 당연히 시행해야 한다.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면 공론의 장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의지라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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