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뻔한 정답 찾기

#1. 1월 1일 오후 포항 유강터널. 포항에서 경주를 잇는 7번 국도에서 일어난 화물차 화재사건으로 포항 남부소방서 119 출동. 길이 2.87㎞의 유강터널에 이르자 방송에 따라 터널 안의 많은 차가 일제히 길을 비킴. 이 모습을 담은 지휘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SNS에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모세의 기적'이라 부름.

#2. 1월 9일. '구급차 진로 양보하다가 벌금 먹은 이야기'라는 글이 자동차 정보 커뮤니티에 게시됨. 내용은 대형 트레일러 사이에 끼어 신호대기 하던 중 뒤쪽에서 구급 사이렌이 울려 횡단보도를 지나쳐 양보했으나, 단속 카메라에 찍혀 신호위반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다는 것. 경찰청 민원실과 법률구조공단에 문의했으나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주장함.

글쓴이는 당시 현장 상황이라며 그림을 첨부하고, 관청에 항의한 내용과 담당자의 답변까지 적음. 이에 누리꾼들은 어이없는 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며 분노. 이 내용은 많은 언론사가 기사화했지만, 경찰 수사결과 거짓으로 드러남. 경찰에 따르면 이런 상황은 전혀 없었고, 당시 운전자는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를 지나가 단속 카메라에 찍힌 것으로 확인.

#3. 1월 19일. 모 방송의 뉴스 영상. 뇌병변의 4살 아이를 긴급 이송하던 사설 구급차가 차로를 바꾸다 승용차와 접촉 사고. 구급차 기사가 긴급한 상황이라며 보험처리를 할 테니 차를 빼달라고 하자 승용차 운전자는 못 믿겠다며 사고처리부터 먼저 하라고 휴대전화로 현장 촬영. 구급차 기사가 승용차를 직접 옮기고 나서야 응급실로 이동.

#4. 1월 28일 저녁 8시쯤 대구 서성로 네거리. 긴급차량이 북성로 쪽으로 직진하려고 했으나, 이어지는 좌회전 차량 때문에 계속 기다리다 신호가 바뀐 뒤에야 겨우 직진. 당시 좌회전하던 차량은 꼬리를 물면서 아무도 멈추려 하지 않음.

성숙한 시민의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위의 사례 가운데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묻는다면 유치원 아이도 맞는 답을 고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례는 '긴급차량에 대해서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내용을 홍보하려고 없는 사실을 억지로 꾸민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의 자화상이다.

긴급차량과 맞닥뜨렸을 때, 최대한 빨리 길을 터주는 것은 상식이다. 이것을 지키지 않는 것은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비켜주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 때문이다. 생각 속의 상식을 현실에서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사회가 따뜻해진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