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언니를 가진 여동생의 죽음은 단순한 자살이 아닌 허술한 복지 제도가 한 장애인 가정을 해체로 몰고 간 사건으로 봐야 합니다."
29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시청 앞. 대구의 40여 개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모인 자리에서 구영희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장이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며 수차례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집회 현장 곳곳에서 구호를 외치던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궜다.
구 회장은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사람이라면 '언니는 좋은 시설에 보내달라'며 눈을 감은 여동생의 심정을 알 것이다.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게 제일 큰 소원인 내 마음과 같아 그날 이후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이달 24일 지적장애를 가진 언니를 홀로 돌보던 A(28)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지역 40여 개 시민단체와 반빈곤단체가 대구시에 장애인 복지제도 개선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적장애를 가졌던 A씨의 언니 B(31) 씨는 12일 '시설이 답답하다. 동생과 함께 살고 싶다'며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퇴소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부모와 헤어지고 다른 가족의 도움 없이 홀로 언니를 돌봐야 했던 A씨는 월세, 도시가스 요금, 카드 할부금 등 70여만원이 밀리는 등 생계가 막막해지자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이날 모인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A씨의 사례야말로 우리 사회의 허술한 복지제도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비 현실화를 위해 중앙정부에 의견 개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가정 사례 관리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대구시 관계자와 면담을 했다.
자매에게 주어졌던 2인 기준 한 달 85만원이라는 기초생활수급비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이들은, B씨가 1년 이상 장애인거주시설에 있다가 퇴소하면 지원되는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받을 조건이 됐지만, 해당 시설은 이를 몰라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A씨가 목숨을 스스로 끊기 1주일여 전, 복지 혜택을 알아보고자 찾은 구청에서도 담당 공무원이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복지 담당자의 교육 및 장애인에 대한 복지 서비스의 연계를 요구했다.
대구시는 장애인 전담 인력 확충과 함께 상반기 중으로 각 구청 복지 전담 부서마다 구성할 '행복기동대'로 복지 사각지대 사례 관리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또 A씨 사망 뒤 현재 광주의 고모 집에 있는 언니 B씨에 대해서도 장애인 시민단체, 광주시와 협력해 대구나 광주 중 적당한 곳에 머물 곳을 알아보기로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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