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진으로 놀자] 일상까지 바꾼 사진의 즐거움 말로 못해

사진을 즐기는 몇 가지 방법

SLR클럽 대경방(대구경북방) 회원들. 이들은
SLR클럽 대경방(대구경북방) 회원들. 이들은 "사진을 찍기만 하다가 찍히니까 어색하다"면서도 카메라를 들고 웃고 있다. 김의정 기자
지난해 11월 나연우 씨가 찍은 데이트 스냅 사진이다. 사진 속 여주인공인 류보람(28) 씨는
지난해 11월 나연우 씨가 찍은 데이트 스냅 사진이다. 사진 속 여주인공인 류보람(28) 씨는 "장소, 소품, 의상까지 모두 손수 준비해야 했지만, 추억이 남아 즐거웠다"고 말했다. 나연우 씨 제공

사진이 귀했던 적이 있다. 과거에는 카메라가 귀했고 인화해야만 볼 수 있었기에 사진은 더 귀했다. 집집마다 보관된 두꺼운 사진앨범들은 사진이 얼마나 귀했는지 말해준다. 그랬던 사진이 이젠 너무나 흔해졌다. 누구나 사진작가가 되었다. 휴대전화 속에는 자신만의 사진앨범들을 가지고 있다. 흔해졌다고 해서 더 이상 사진이 소중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문턱이 낮아진 만큼 사진을 놀이처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사진 이야기를 담아봤다. 사진이 주는 즐거움을 나누고, 사진과 관련한 해묵은 논쟁들을 풀어봤다. 다가오는 졸업식, 사진이 걱정이라면 기사 속 졸업식 사진 찍는 조언과 함께 직접 해보는 후(後)보정 작업도 따라해 보자.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사진으로 놀기, 비싼취미란 편견은 버려주세요

사진은 더 이상 앨범 속에 고이 묻어두는 추억이 아니다. 디지털카메라의 보급 이후 사진은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찍고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가 되었다. 단순한 취미 생활로 사진을 즐길 수도 있게 되었고,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그런가 하면 연인과의 다정한 한때를 자연스러운 스냅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 재미있고 즐거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고, 사진을 놀이처럼 즐기는 트렌드를 짚어봤다.

◆사진, 직업이 아닌 취미랍니다

SLR클럽은 2001년 개설된 대규모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다. 회원 수만 따져도 80만 명을 넘는다. '브랜드별' '사진 장르별' '지역별' 등으로 나뉘어 활동하지만 이들을 묶는 공통분모는 '사진'이다.

SLR클럽 대경방(대구경북방) 소모임 회원 다섯 명을 만났다. 모두 SLR클럽 활동경력 5~10년을 자랑하는 사진 취미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나이도, 하는 일도 다양하지만 모두 사진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였다. "출사(사진 찍으러 나가는 것)는 물론이고, 영정사진 촬영 봉사활동도 하고, 커피 번개를 하면서 카메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카카오톡이 생긴 이후로는 카카오톡 채팅방 활동이 가장 활발하지만요."(사승일'42'회사원)

사진 취미에 들어선 계기는 모두 다르다. 최연소 회원 곽해진(24'학원강사) 씨는 "검은색 무거운 물체가 멋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당시 150만원 정도 하는 DSLR을 가진 친구가 있었는데 멋있어 보였어요. 그날 집에 가서 아버지께 사달라고 했다가 엄청 혼났죠. 그때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해서 고3 때 같은 모델을 샀던 게 지금까지 취미로 이어지고 있어요."

이승희(43'회사원) 씨는 "유부남들은 모두 사진 취미에 입문한 계기가 비슷할 것"이라며 "딸이 태어나자마자 아이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어서 취미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 씨도 "아빠만이 담을 수 있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찍기 시작한 게 입문한 계기"라고 동의했다.

이들은 모두 "사진이 주는 즐거움에 일상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신동환(39'회사원) 씨는 "가끔은 '허세스럽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꼽았다. 김문재(35) 씨도 "회사 행사 때마다 사진사가 돼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도 사진으로 어딘가에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들이 취미생활을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사진=비싼 취미'라는 세상의 편견이다. 사 씨는 "SLR클럽에서는 중고로 사고파는 게 가능해서 비교적 저렴하게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도 "어떤 취미나 비슷한 것 같다"며 "집에서 구박 받을 때면 집안일로 점수를 따고 하나씩 새로운 장비를 구입하면 된다"고 팁을 알려줬다.

◆나도 화보 속의 주인공-'데이트 스냅'

셀카(혼자 찍는 사진) 열풍 속에서 스냅 사진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스냅 사진은 순간적인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자연스러운 동작이나 표정을 담은 사진을 말한다. 친구와 혹은 연인과의 특별한 추억을 둘만의 특별한 장소에서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다. 스튜디오에 갇혀 어색한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사진 촬영이 가능한 것이 인기 요인이다.

스냅 사진은 찍는 사람에게나 찍히는 사람에게나 놀이다. 웹디자이너 나연우(27) 씨는 평일에는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로 일하고 주말에는 스냅 사진 촬영사로 활동한다. 나 씨는 "사진 찍는 걸 좋아했는데 취미활동도 할 겸 작년 4월부터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촬영 과정도 일이 아닌 놀이다. 신청한 사람과 사진사가 원하는 장소에서 만나면 30분 동안은 수다만 떤다. 나 씨는 "사람을 알아야 사진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수다 떨면서 서로 반말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돼야 사진촬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4시간 걸리는 촬영은 마치 화보 같은 결과물을 남긴다. 나 씨의 블로그에는 50팀의 스냅 사진 결과물이 올라와 있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연스럽지만 특별한 사진들이다. 지난해 스냅 촬영을 한 류보람 씨는 "셀카에만 익숙했는데 찍히려니 어색하기도 했지만 좋은 추억을 남긴 것 같다"며 "의상에서부터 소품, 장소까지 다 준비해야 하지만 모든 과정이 재미있는 놀이 같았다"고 말했다.

◆사진으로 나를 말한다-사진 SNS

사진은 SNS 상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에서 사진 위주인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텀블러 등으로 이용자가 이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글보다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SNS다. 사진을 올려야만 업로드가 가능한 철저한 '사진 중심' SNS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12월 세계 월간 이용자 수가 3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트위터(2억8천400만 명)를 제친 수치다. 미국 온라인 마케팅 전문업체 글로벌 웹인덱스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내용에서도 최근 6개월 텀블러 이용자가 120% 증가했고, 또 다른 사진 중심 매체인 핀터레스트가 1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 이용자 수가 2%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퓨(PEW)리서치센터가 2013년 기준 미국 SNS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도 핀터레스트(15%), 인스타그램(12%) 등이 트위터(16%)를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에는 사진이나 영상 등 시각물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라는 점이 요인으로 꼽힌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전문가 수준의 수정을 할 수 있다. 전 세계 이용자들이 찍은 사진에 태그가 달려 이용자들의 정보 검색이 편리하다. 또 다른 사진 중심 SNS인 핀터레스트도 자세한 태그와 맞춤형 서비스가 강점이다. 영남대학교 정봉교 교수는 "정보를 인식하는 데 있어서 빠르고 편리함에 더해 강렬한 인상까지 주니까 사진이나 동영상을 선호한다"며 "요즘엔 누구나 전문가 못지않은 편집기술을 가지고 있어 사진이나 영상으로 일상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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