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법인세 인상 논의, 더 늦기 전에 시작하라

새누리당 나성린 국회의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연말정산 파동, 문제와 해법' 토론회에서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인상 등 본격적으로 증세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발언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법인세를 올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현행 법인세율을 그대로 두고 안정적인 세수 확보나 복지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국민대타협기구 등 그 절차와 방법이 어떻든 정치권이 법인세 인상을 공론화하고 그 당위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법인세 인상은 절대 불가'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인 추세인데다 기업 투자 유도가 명분이었다. 25%이던 법인세율이 22%로 낮아진 것은 2008년 이명박정부 때로 박근혜정부도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로 연간 5조원 이상의 세수가 줄었다. 대신 정부는 탈세를 막고 비과세 감면을 줄여 복지 재원을 확충하는 쪽으로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추진했지만 과도한 담뱃값 인상은 '서민 증세'의 반발을 불렀고, 연말정산 파동까지 겹쳐 조세저항 움직임까지 불거졌다. '박근혜식 증세'가 한계에 도달했음이 입증된 것이다.

법인세는 그대로 두고 직장인의 근로소득세를 더 걷는 것은 마른 수건만 쥐어짜는 발상이다. 이번 기회에 법인세도 손을 보는 게 마땅하다. 3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2008년 37조원에서 2013년 158조원으로 무려 327%나 늘었다. 정부는 법인세 부담이 줄면 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거꾸로 기업들이 현금을 사내에 쌓아두는 결과를 부른 것이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볼 때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미 명분을 상실했다. 헛다리나 짚는 이런 조세 정책으로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2%의 국내 법인세 수준은 OECD 국가 평균인 23.4%보다 낮다. 대만'싱가포르 등이 우리보다 낮지만 나라마다 복지 수준이나 경제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낮은 법인세율은 애당초 무리다. 전문가들 지적처럼 정부는 하루속히 법인세를 경제 성장이 아니라 분배 구조의 문제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민간소비가 더 늘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소비에 영향을 주는 근로소득세 부담을 더 키우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부르게 된다. 조세형평 차원에서라도 법인세 인상을 공론화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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