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언급을 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자 이 전 대통령 측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갈등이 조속히 수습될지는 미지수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지난 2009년 박근혜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한 배경에 정치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회고록에는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었지만,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청와대가 발끈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을 거부한 이후 국민들로부터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칭송을 받았다. 그 기운으로 대선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진심을 의심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30일 오전 논평을 통해 유감을 표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선 "이 전 대통령의 2007년 대선 당시 공약이었고 박 대통령이 당시 유세 지원을 하면서 충청도민들에게 약속한 사항"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결단을 내려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사안을 두고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는 게 과연 우리나라나 우리 국민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이 남북문제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지금 남북문제를 비롯해 외교문제에 민감한데 세세하게 책에 언급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청와대와 언론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강력 반발하자 이 전 대통령 측이 진화에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3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에서 얘기했듯이 정운찬 전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에 반대했다는 표현은 (책에) 없다"며 "이 책을 다시 한 번 정밀하게 보면 상당 부분 오해가 풀리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안타까운 것은 현재 일각에서 현 정부와 저희를 나쁘게 얘기하면서 이간질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며 "진짜 정치적 민감성 있는 얘기는 전부 다 뺐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회고록 1편에서 못다 한 이야기는 시간을 두고 추가 집필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예고했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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