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돌아온 돈 800만원, '양심 대구' 기적의 뿌리

"늦어서 미안합니다" 반환 릴레이…마법 걸린 듯 돈 불어나 894만원

행복하고 감동적인 하루였다. 29일 아침 '키다리 아저씨'의 500만원 쾌척 소식이 본지를 통해 보도된 뒤 '나머지 15만원을 내겠다'는 시민이 줄을 이으면서 이날은 대구시민들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질 역사적인 날로 기록됐다.

특히 길거리에 뿌려진 돈이 '온정과 반납'으로 전액 다시 주인에게 돌아간 경우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여서 '대구시민의 정신과 양심은 기네스북감'이라는 찬사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의 양심은 전국을 강타했다. 이날 '500만원 쾌척' '남은 15만원 온정 행렬' 소식이 국내 신문과 방송의 주요 뉴스로 보도되면서 대구는 양심과 온정의 도시로 전국에 각인됐다.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본지 기사와 사진을 소개하면서 전국을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고담 대구' '사고 도시' 등 오명을 뒤집어썼던 대구 이미지를 개선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 대구가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국의 주목을 받은 일은 지금껏 거의 없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가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 온정과 양심을 보태준 대구시민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이러한 대구의 양심과 온정이 대구를 밝은 도시, 희망찬 도시로 만들고 일으켜 세우는 데 밑바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번 양심 캠페인을 주도한 매일신문도 고맙다. 대구를 위해 정말 큰일을 했다"고 말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도 "이번에 나타난 시민의 양심과 시민의식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며 "이러한 따뜻한 소식을 보고 들은 우리 아이들도 건강한 시민으로 자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이번 '양심 대구' 사건은 대구시민들에게 강한 자부심을 심었다. 차태연(68'수성구 수성2가) 씨는 "매일신문에 보도된 500만원 쾌척과 15만원 행렬 기사를 보고 정말 행복했다"며 "이 이야기가 전국의 주요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것을 보고 어깨가 절로 으쓱였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제 대구에 대한 좋은 인상이 심어질 것 같다"고 기뻐했다.

현금 800만원을 도심에 뿌렸다가 온정이 쏟아지면서 더 많은 돈을 돌려받게 된 A(28) 씨의 어머니는 초과 금액은 소외된 이웃들과 나누기로 했다. A씨 어머니는 "마지막에 돈을 주우셨다는 분의 15만원만 받겠다. 매일신문과 달서구청에 맡긴 돈은 모두 어려운 분들을 돕는 데 쓰고 싶다"며 "앞으로 추가로 전해지는 돈이 있다면 좋은 곳에 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온정과 양심을 보여준 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더 들어온 성금을 좋은 일에 써달라는 A씨 가족의 마음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29일 오전 30대 남성과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이 매일신문에 각각 15만원을 전달했고, 달서구청 행복나눔센터에도 독지가가 15만원과 50만원을 맡겼다. 30일엔 달성군 다사파출소에 60대 남성이 "당시 현장에서 주웠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15만원을 맡겨 모두 110만원이 들어왔다.

800만원에서 모자란 15만원만 받겠다는 가족들의 뜻에 따라 나머지 95만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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