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민물 우물에서 바다 전복이 나왔다면 도대체 어떠한 연유에서이겠니?
경남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를 다른 이름으로는 '고려동'(高麗洞)이라고도 한단다. 즉 고려 사람이 모여 사는 동네라는 뜻이지.
고려 후기 성균관 진사로 있던 모은(茅隱) 이오(李午) 선생은 고려가 망하고 조선왕조가 들어서자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서울을 떠났어.
조용한 곳에서 글을 읽으며 살아가기 위해서였지.
그러던 중 이곳에 이르렀을 때에 자미화(紫微花)가 붉게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자리를 잡았대. 자미화는 우리가 보통 배롱나무라고 부르는 꽃나무인데 빛깔이 붉어서 일편단심(一片丹心), 즉 '한번 먹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는 뜻을 품고 있어.
이오 선생은 이곳에 '고려동학'이라는 비석을 세우고, 논과 밭을 일구어 자급자족을 하였어.
그래서 이 마을에는 이오 선생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오게 되었는데, 이 마을에 복정(鰒井)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우물이 하나 있어. '전복우물'이라는 뜻이지.
우물 이름에 '전복'이 들어간 데에는 아름다운 사연이 깃들어 있어.
모은 선생의 현손 이경성(李景成)은 효성이 지극하여 늙으신 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하였어.
그가 현감 벼슬만 하는 것을 본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이 "어찌하여 더 벼슬을 하지 않는가?"하니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서 벼슬을 더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야.
그의 부인 여주이씨(驪州李氏)도 시어머니를 섬기는 정성이 지극하였어.
"지난밤 꿈에 전복이 어른거려 입맛을 다셨구나."
병으로 자리에 누운 시어머니가 하루는 전복 이야기를 하였어.
'아, 어머님께서 전복을 드시고 싶어 하시는구나.'
이씨 부인은 당장 전복을 구하려 했지만 산골이라 구할 길이 없었어.
그래도 이씨 부인은 이곳저곳으로 전복을 구하러 다녔어.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기도를 올리려고 우물에 갔더니 우물에서 전복이 한 바가지 가득 나왔어.
"아이고, 천지신명이시여. 고맙습니다."
이씨 부인은 곧 전복을 장만하여 시어머니에게 드렸어.
"얘야, 참으로 별미로구나. 기운이 생기는 것 같다. 너도 같이 먹자꾸나."
그러나 이씨 부인은 사양하였어.
"아닙니다. 저는 전복을 못 먹습니다."
"전복을 못 먹는 사람이 어디에 있다더냐."
"저는 한 번도 입에 대어본 적이 없습니다."
영조(英祖) 임금 때에 이곳 경상감사로 온 유척기(兪拓基)는 이 이야기를 듣고 감동한 나머지, 부임기념 백일장 시제(詩題)로 '평생불식(平生不食) 복어회(鰒魚膾)'를 내걸었다고 해.
이 복정은 600여 년 전 모은 선생이 판 것인데 지금까지 아무리 큰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그래, 아름다운 사람은 그 후손도 아름답게 살아가는구나.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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