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와 대구시'경북도교육청이 함께 연 '제3회 대구경북 청소년 학술한마당'이 23, 24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 행사의 특징은 사전 서류 심사 외에도 지역 대학교수들의 현장 심사에 적지 않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의 문답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얼마나 자기주도적으로 탐구했는지, 연구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출품한 논문이 고교생의 수준을 넘어 석사 이상 연구자들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성과라는 판단이 서면 외부 전문가의 입김이 지나쳤다고 평가, 최우수상 후보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번 행사에서 발표된 논문 118편과 포스터논문 28편 가운데 최우수 논문상과 최우수 포스터논문상을 받은 경북 고교생들의 논문 5편을 소개한다.
◆학교폭력과 그 폐해를 줄이려면?
▷논문 주제 및 저자: 경주고 피우석, 정유준, 이형권, 홍동현 학생(지도교사 김창국)은 '학교폭력'우울 학생을 위한 상호작용 중재방안(일명 다가가기)의 개발 및 적용'이라는 논문으로 사회과학 부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논문 내용: 남학생만 다니는 경북 한 고교 1, 2학년 재학생 329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 및 우울을 설문조사했다. 또 연구에 참여하는 데 동의한 18명의 학교폭력 경험자(Minor)에게 4명의 중재자(Helper)가 '다가가기 중재 방안'을 적용해본 뒤 그 결과를 통계 처리, 분석했다. 이 방안은 6개월 동안 중재자들이 학교폭력 경험자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 함께 어울리며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언어적 상호작용 중 관심 표현하기(146회)와 경청하기(90회)가 가장 많이 활용됐다. 비언어적 상호작용 중에선 눈 마주치기(96회)와 표정 살피기(27회) 등이 많이 적용됐다.
방안 적용 결과 학교폭력 경험자 중 이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학교폭력을 당하는 횟수와 우울감을 느끼는 정도가 줄었다. 학교폭력에 노출된 학생을 돕기 위해서는 관심, 배려, 존중 등 다양한 상호작용이 꾸준히 더해져야 한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또 중재자들을 대상으로 이 방안 적용 전후의 의학전문직업성을 조사한 결과 의사소통 능력, 공감 능력, 대인관계 능력 모두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다가가기 중재 방안'이 의학 계열 지망생의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는 등 청소년의 자기계발에도 유익하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고교생들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논문 주제 및 저자: 현일고 김정석, 배선우, 최재희 학생(지도교사 노지윤)은 '고등학생들의 역사적 평가 능력에 대한 고찰-현일고등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사회과학 부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논문 내용: 이번 연구는 학생들이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작업이었다. 따라서 학생들의 역사적 사건 이해 정도와 평가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현일고 1, 2학년 593명을 대상으로 신라의 삼국통일, 세제 개혁과 쇄국 정책 등 흥선대원군의 업적에 대해 평가해보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서술한 학생은 13%, 흥선대원군의 업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서술한 학생은 22%에 그쳤다. 교과서에 나오는 평가를 요약해 적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는 내용을 제대로 적지 못했다. 특히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해 평가한 내용의 경우 교과서에 나온 해석들로 채운 학생이 절반에 이를 정도였다. 결국 역사 교과서를 단순 암기했거나, 역사적 지식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다수라는 의미다. 이는 기존의 역사교육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역사적 사고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학생들이 역사적 사건 평가 능력을 키우려면 역사적 지식을 보충하고, 역사적 사건을 다양하게 다룬 자료를 많이 접하는 게 좋을 것이다. 2017학년도 수능시험부터 한국사가 필수로 지정돼 우리 역사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는 것뿐 아니라 역사의 흐름을 파악, 지식을 쌓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우리 소나무, 봉화 금강송은 얼마나 우수한 품종일까
▷논문 주제 및 저자: 봉화고 엄기백, 정은빈, 원동욱, 류은하 학생(지도교사 김연준)은 '봉화 금강송(춘양목)과 외래종 소나무(오엽송)의 성분 및 유효 생리활성 비교'라는 주제로 논문을 작성해 자연과학 부문 최우수논문상을 거머쥐었다.
▷논문 내용: 소나무는 애국가의 가사에 나올 정도로 민족혼이 깃든 나무이며, 그만큼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나무다. 그러나 소나무 중 국내의 우점종(군집의 성격을 결정, 군집을 대표하는 종류)은 외래종 소나무다. 국내 자생종은 봉화 금강송이지만, 이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외래종 소나무와 비교해 봉화 금강송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를 시도했다. 에탄올 추출 및 순차적 유기용매 분획, 유용 성분 분석, 항균 활성, 항산화 활성, 항혈전 활성 등의 방법으로 각각의 소나무를 평가하고 비교했다.
각 분획물에서의 아질산염(nitrite) 소거 활성을 평가한 결과 봉화 금강송의 줄기가 가장 좋은 활성을 나타냈다. 특히 봉화 금강송 줄기의 노멀 헥산(n-hexane) 분획물에서 비타민C보다 우수한 항산화 활성을 보여줬다. 이는 발암 억제용 제품이나 식품 첨가물, 건강보조식품 재료로 봉화 금강송을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항혈전 활성 실험에서 봉화 금강송 줄기의 뷰탄올(butanol) 분획물은 혈전 억제력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추후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혈관계 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봉화 금강송이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학교는 지진 안전지대에 있을까?
▷논문 주제 및 저자: 점촌고 이다해, 김지해, 김지연, 강임주, 고경언, 이동주 학생(지도교사 조정훈)은 '경상북도와 점촌고등학교의 지진 취약성 연구'라는 논문으로 자연과학 부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논문 내용: 우리나라는 매년 작게는 25건, 많을 때는 40건을 웃도는 횟수의 지진을 겪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지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자리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 국민이 지진 발생 시 대비 방법을 잘 모르는 등 지진 대비 태세는 만족스럽지 않은 실정이다.
이번 연구에선 점촌고의 내진 설계 전후 지진 취약성을 검토해 안전한 대피 경로를 설정하는 등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진 대응책을 제시하려고 했다. 점촌고의 지진 취약성은 지반, 지형, 건물 등 3가지로 나눠 검토했다.
연구 결과 점촌고의 지반은 Sb지반으로 대체로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반의 강도와 전단파(shear wave) 속도 등을 기준으로 지반을 Sa부터 Se까지 5종류로 분류할 수 있는데 Sa에 이어 두 번째로 지반이 단단한 Sb로 확인된 것이다. 건물이 위치한 사면이나 학교가 자리한 산의 전체적 기울기를 고려할 때 지형적 측면에서도 안전한 편이었다. 또 2014년 지진의 가속도 증폭에 따른 피해를 줄여줄 수 있는 내진 설계를 완공, 건물도 대체로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진 대비 태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진 발생 시 대처법을 숙지하는 일이다. 점촌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대피 경로 확인 등 대처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를 보완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초음파로 토양을 세척할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까
▷보고서 주제 및 저자: 구미고 손동협, 신재민, 금교진, 강보성 학생은 '초음파 캐비테이션(Cavitation)
현상의 물리적 효과 연구'를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해 최우수 포스터논문상을 받았다.
▷보고서 내용: 캐비테이션은 유체의 속도 변화에 의한 압력 변화로 유체 내에 빈 부분이 생기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용액에 초음파를 적용하면 캐비테이션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한 기포가 폭발, 고체 표면에 충격을 주면서 표면을 씻어내는 공정도 그 같은 현상 중 하나다. 안경점의 초음파 안경 세척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의 연구 목적은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데 초음파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요오드화칼륨(KI) 용액을 이용한 산화 반응 정량화, 알루미늄 포일을 이용한 표면 손상 정량화 등의 실험을 통해 초음파 기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살폈다. 다양한 용액의 부피, 초음파를 쬐는 거리, 입자 크기 등 여러 실험 조건에서 초음파의 물리적 세척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분석해 최적의 초음파 세척 조건을 도출하려고 했다. 이를 통해 초음파 토양세척 공정의 개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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