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지역주택조합 형식으로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는 청약일 3일 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동장군의 기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형성된 1천여 명의 인간띠는 며칠간 단 한 명의 이탈자도 나오지 않았다. 700여 가구의 조합원 청약이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순번을 유지하려는 청약 희망자들이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 탓이다.
가족이 번갈아 가면서 줄을 섰다는 한 50대 직장인(대구 수성구 범어동)은 "청약 번호표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면서도 "번호표를 받자마자 800만~1천만원까지 '줄값'을 쳐 주겠다며 떴다방이 접근했다"고 귀띔했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대구의 아파트 청약 열기가 지역주택조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반 분양가보다 싸기 때문에 일반분양에서 탈락한 이들이 지역주택조합으로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수일간 밤을 새워 줄을 서주고 청약 순번 번호표를 받아 웃돈을 챙기는 '줄값'까지 등장했다.
지역주택조합은 6개월 이상 해당 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 85㎡ 이하 주택 소유자 등을 조합원으로 모집해 토지를 사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시행사 없이 조합이 직접 아파트를 분양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지역에선 지역주택조합 분양 방식이 생소해 큰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새해 들어 조합원 모집을 시작한 2곳의 주택조합이 청약 돌풍을 일으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분양한 수성구 범어동 라팰리스1(1천382가구)은 100% 가까운 조합원 청약을 마쳤다. 프리미엄만 1억원 이상 붙었다는 후문이다.
동구 신암3동의 신암태왕아너스(712가구)도 2016년 완공 예정인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주변이란 입지를 내세워 조합원 모집을 시작해 인기를 끌었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대구에서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인 곳은 6곳 정도다.
분양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대구에서 관심을 끄는 이유로 이상과열된 일반 아파트 청약붐과 저렴한 분양가 등을 들었다.
리코씨앤디 전형길 대표는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과 센트럴자이 등 최근 대구에서 공급된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100대 1을 넘고 분양가도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반 분양으로는 당첨이 어렵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주택조합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 부동산 열기에 편승해 위험요소를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채 주택조합에 가입하는 '묻지마 청약'은 금물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조합 설립 인가 후에는 탈퇴할 수 없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 납부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사업 추진 상황에 따라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는 등 변수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성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주택조합은 저렴한 분양가 등 여러 장점을 내포하고 있지만 사업 추진력이란 동력을 쉽게 상실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 여건, 조합 사정 등 다양한 부문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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