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려라 자유시간" 이직 없고, 칼퇴근…절삭공구 전문 '대구텍'

워런 버핏 국내투자 유일…본사 대구 이전 "지역과 함께" 실천 기업

국내 1위 절삭공구 제조업체
국내 1위 절삭공구 제조업체 '대구텍'은 직원과 고객, 지역을 생각하는 경영철학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냈다. 회사가 매년 열고 있는 직원 단합대회 모습.
대구텍 대표 제품군
대구텍 대표 제품군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대구텍(TaeguTec)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투자한 회사로 유명하다. 절삭공구 전문 제조기업인 대구텍은 국내 1위는 물론 전 세계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이곳도 주인이 두 번 바뀌는 등 위기의 순간을 겪었다.

대구텍의 혁신에서 지역 기업들은 직원과 고객, 지역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점을 배울 수 있다.

◆주인 바뀐 뒤 '직원'이 우선

대구텍은 1952년 설립된 대한중석광업이 모태다. 국영기업이었던 대한중석은 1994년 거평그룹에 인수되면서 민영화됐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거평이 부도나자 현재 주인인 외국계 회사인 IMC에 소유권이 넘어가게 됐다. IMC는 세계 3대 금속가공그룹으로 14개의 주력회사와 100여 개의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2006년 워런 버핏이 IMC 그룹 지분 80%를 사들이면서 대주주 자리에 올랐고 자연스럽게 대구텍도 워런 버핏의 회사가 됐다. 이후 2013년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헤서웨이가 IMC의 잔여 지분 20%를 인수하면서 대구텍은 완전한 '워런 버핏의 손자회사'가 됐다.

현재 대구텍은 IMC에 인수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매출이 15배 이상 늘었다. 1천300여 명의 직원과 26개의 해외법인, 80개국에 130여 개의 전문대리점망을 거느린 세계적인 절삭공구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대구텍은 모기업인 IMC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담은 회사이다. 지역은 물론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경영환경을 자랑한다. 바로 '직원 복지' '고객밀착형 마케팅' '지역 사회공헌' 3가지다.

대구텍은 정년을 마친 직원이 그만두는 것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회사를 떠나는 것 외에는 이직이 거의 없다. 직원을 우선으로 하는 회사의 정책 때문이다.

대구텍의 모기업 IMC그룹의 최고 경영자인 제이콥 하파즈 사장은 과거 "우리 직원(IMC와 대구텍)은 회사와 강한 유대감이 있다. 왜냐하면 우린 직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때문이다"며 "우리 회사의 복지시설은 다른 어떤 제조회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직원 사랑은 단적으로 점심시간에 나타난다. 양선영 팀장은 "모든 직원이 동시에 밥을 먹고 남은 점심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도록 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회사 4곳에 식당을 만들었다"며 "게다가 직원이 식판을 들고서 줄을 서서 먹는 '뷔페형'이 아니라 테이블 위에 음식이 다 차려져 있어 앉아 먹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1시간의 점심시간 가운데 식사에 20여 분을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산책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쉬도록 한 것.

또 출퇴근에 따른 교통체증 등을 피하기 위해 회사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근무시간을 정했다.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퇴근해 자신의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양 팀장은 "무상 조식을 제공해 이른 출근시간으로 아침을 거르지 않도록 했다"며 "게다가 이곳에서는 교대근무 외에는 잔업이 거의 없어 직원의 시간을 최대한 보장해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직원 우선주의의 효과는 글로벌 경제위기였던 2009년에 드러난다. 다른 경쟁업체는 감원을 하면서 위기를 극복했지만 대구텍은 한 명도 감원하지 않았다. 대신 근무 시간과 임금을 조절했다. 서로 고통을 분담하자는 회사의 정책을 직원들이 묵묵히 따라준 것.

대구텍 한현준 사장은 "직원이 믿고 따르는 회사가 되지 못한다면 성장은 없는 것과 같다"며 "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좋은 제품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고객밀착형 업무, 지역 공헌도 일등

대구텍 2공장 사무실 2층에 들어서면 기술엔지니어들의 사무실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칸막이를 찾을 수 없다. 약 70명의 엔지니어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평등하게 일한다. 이 엔지니어들의 역할은 고객의 현장을 찾아가 회사 제품을 설명하고 시연해 보여주는 것이다.

한 임원은 "설계와 재료 등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는 140여 명 정도 있다"며 "이들이 우리의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자원이라면 기술엔지니어들은 우리 제품이 현장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들이다"고 설명했다.

대구텍의 기술엔지니어는 IMC 그룹으로 인수된 뒤 생겨났다. 영업을 일반 직원이 맡아서 하기보다 기술자와 함께 짝을 이뤄 고객의 만족을 실현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 엔지니어들은 항상 영업팀과 함께 행동한다. 바이어를 만나 직접 제품을 설명하고 시연해준다"며 "현장에서 의문점을 해결해주고 기술적인 컨설팅을 지원한다. 단순히 제품을 팔려는 '영업'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제품을 구입하고 찾도록 하는 고객 밀착형 시스템이다"고 설명했다.

또 한 사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1인당 5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해외 고객 초청세미나를 열었고 서울 강남에 있던 본사를 대구로 옮기며 모든 공장의 시설을 현대식으로 탈바꿈시켰다"고 강조했다.

대구텍의 또 다른 강점은 '사회공헌'이다. 회사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지역민들에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다양한 구호활동을 펴고 있다. 가창면사무소에 매년 설과 추석에는 쌀을 전달하고, 홀몸노인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집 고치기 사업에도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 한편 노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건강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에도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참가하여 매년 200여 명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리고 대구시민을 위해 이스라엘에서 유명한 어린이 동화극단과 오페라팀을 초청해 무료공연을 열었다.

한 사장은 "대구에 뿌리를 두는 만큼 지역과 밀착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국내 1위 절삭공구 기업이지만 대구 기업임을 잊지 않고 지역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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