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가 2004년 김해캠퍼스로 이전한 뒤 고령지역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캠퍼스 주변은 물론 고령지역 경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았고, 인구도 10% 이상 빠져나갔다. 학교법인 대구학원은 고령캠퍼스 부지에 대가야퍼블릭골프장(9홀)을 개발해 골프 관련 학과를 모은 '골프 단과대'를 신설, 스포츠'레저 전문대학으로의 활로를 찾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사업 추진은 하세월이다. 고령캠퍼스가 떠난 지 10년이 넘었고, 골프장 조성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면서 고령군민들의 불만은 점차 높아만 가고 있다.
◆대박을 꿈꾸다 쪽박 신세로 전락
고령군 고령읍 지산3리. 산으로 둘러싸여 한적했던 이곳에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93년 3월 가야대 고령캠퍼스가 들어서면서부터다. 대학이 개교하면서 조용했던 시골마을은 투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겨냥한 원룸과 상가가 경쟁하듯 생겨났고, 당구장'PC방'주점'식당들이 불야성을 이루면서 단번에 대학촌을 형성했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고령지역은 가야대 학생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2003년 가야대 김해캠퍼스가 문을 열고, 고령캠퍼스 학과들이 옮겨가면서 학생모집은 중단됐다.
가야대는 2004년을 기점으로 학생 유치의 어려움에 시달리다 2012년 60여 명의 자율전공학부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학교의 모든 기능을 김해캠퍼스로 완전히 옮겨갔다.
가야대 고령캠퍼스 인근 대학촌은 폐허와 다름없다. 화려했던 대학촌은 직격탄을 맞아 건물 대부분은 굳게 닫혀 있고, 외벽에는 '임대' 현수막만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이곳에서 원룸을 운영했었다는 한 주민은 "학생들이 북적댈 때는 원룸 하나당 임대료가 25만원 선에 이르렀다. 전 재산인 7억원을 투자했는데 3년 만에 2억5천만원을 받고 팔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은 임대료가 10만원을 겨우 넘기고 있으며, 인근 공장의 외국인 근로자들과 공사현장 인부들의 숙소로 사용되는 등 제대로 관리도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마을 주민 박모(61) 씨는 "한때 3.3㎡당 70만원을 호가하던 땅값도 30만∼40만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이마저도 거래가 끊겨 건물 신축은 꿈도 못 꾼다"며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말도 있고 학과도 새롭게 개설한다고 하지만 언제 들어설지 막막하다"고 불안해했다.
◆대가야퍼블릭골프장 건설 하세월
학교법인 대구학원은 가야대 고령캠퍼스의 '골프 특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구학원은 2011년 6월부터 고령캠퍼스 부지 64만5천여㎡ 중 46만8천㎡를 퍼블릭골프장(9홀)으로 2015년까지 개발한 뒤 골프 관련 학과를 모은 '골프 단과대'를 신설해 활로를 연다는 방침이다.
고령캠퍼스는 건축인테리어과, 연극영화과 등 7개 학과에 3천500여 명이 재학하고 있었지만, 2003년부터 김해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캠퍼스 내 건물이 모두 비어 있는 상태다. 캠퍼스 내 건물들도 일부는 이미 철거됐으며, 대학본부와 체육관 등 건물 몇 동만 남아있다.
하지만 대구학원은 퍼블릭골프장 조성사업을 시작한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대구학원의 늑장 사업 추진 등으로 지난해 10월 겨우 실시설계 사업계획 승인만 받은 상태이며, 언제 착공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스포츠'레저 전문대학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대구학원 측의 약속이 지켜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가야대 김해캠퍼스 관계자는 "사업인가를 받았지만 바로 착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세부 추진계획도 세워야 하고, 민간자본 및 최고 결정권자의 결재도 받아야 하는 만큼 착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고령 주민들은 대구학원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고령읍 주민들은 "가야대 고령캠퍼스를 10년 넘도록 장기 방치해 일대가 우범지대로 전락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발전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골프장 조성이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지도록 고령군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령군의회 한 의원은 "가야대는 군민들의 지역발전 기대를 저버리고 고령캠퍼스의 학과를 김해캠퍼스로 이전해 군민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안겨줬다"면서 "고령군은 가야대 고령캠퍼스의 활성화 방안과 골프장 수입 지역 환원 방법 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 전병용 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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