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캠코의 리노베이션 계약 과정은 시작부터 의문투성이였다. 결국 "재정 부담 없이 문화시설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은 대구시의 허황된 청사진이었고, 캠코는 사업비를 완전히 환수하는 것은 물론 수익 보장과 위험 부담까지 덜 수 있는 '땅 짚고 헤엄치기'와도 같은 계약이었다. 대구시 권성도 문화예술정책과장 역시 지난해 11월 대구시의회가 시민회관에서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그 당시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히 일방적인 계약"이라고 실토한 바 있다.
계약 순서도 시작부터 어긋났다.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김규학 의원과 임인환 의원에 따르면 대구시는 2009년 11월 20일 개발사업을 위한 수탁기관 선정 모집 공고를 내기도 전인 같은 해 11월 5일 이미 캠코와 MOU를 체결했다.
이후 진행은 일사천리여서 '졸속' 행정의 표본으로 지적될 만하다. 2010년 4월 7일 캠코로부터 대구시민회관 개발사업계획(안)이 제출됐고, 12일 대구경북연구원은 단 이틀 만에 사업 검토를 끝낸 뒤, 19일 시정조정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고, 22일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계획안 제출에서 심의의결, 승인까지 고작 15일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 과정에 외부 전문가는 아무도 개입하지 않은 채 행정부시장을 필두로 한 대구시 국장들만이 시정조정위원회에 참석했다. 임인환 의원은 "어떻게 이런 대규모 개발 사업이 이렇게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이뤄질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대구시가 이처럼 무리하게 캠코와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빠른 성과'에 집착한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의 예고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캠코를 통하면 대구시의 부채로 잡히지 않는 일종의 '편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권성도 과장은 "당시 시민회관에 비가 새고, 열차가 지나가면 진동'소음으로 공연을 진행할 수 없는 등 보수가 시급했지만 지방채 발행 한도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 공사비 조달이 불가능했다"며 "하지만 캠코를 통하면 시의 부채로 잡히지 않는 이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재화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연차적으로 자금을 분할 조달하는 방법을 통하면 충분히 대구시가 공사비를 감당할 수도 있었지만,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너무 밀어붙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골칫거리로 남게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더구나 캠코가 개입하지 않고 대구시가 공연장만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년 동안 분할 지급하는 336억원과 그 이자 등 약 400억원의 예산으로 '골칫거리' 상가를 뺀 공연장만을 리모델링했으면 충분하고도 남는 비용이라는 뒤늦은 후회다.
한윤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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