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기술금융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기술수준이 아니라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으로 대출이 몰리고 있는데 이는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서를 믿지 못해서다.
정부는 혁신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기업의 재무지표가 아닌 기술력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기술금융'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기술신용평가기관의 평가서를 반영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혁신기업에 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시중은행들이 신용등급이 높은 기존 대출기업의 기술평가서를 발급받아 '기술금융' 실적을 쌓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집행된 기술금융지원액 8조9천247억원 가운데 75%인 6조6천897억원이 신용등급이 높은 기존 대출기업에 돌아갔다.
특히 지난해 시중은행 가운데 기술금융실적 1위를 기록한 기업은행 역시 전체 대출금의 88.2%를 기존 대출기업에 지원했다.
은행들이 기술금융을 꺼리는 이유는 기술신용평가기관의 평가서를 믿지 못해서다. 현재 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KED)가 기술보고서(TCB 평가)를 제공하고 있지만 금융권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특정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기술금융의 취지가 퇴색된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술평가 인프라 구축을 위해 민간기업에 더해 정부 산하 연구소와 연구개발평가 전문기관이 협업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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