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고경일반산업단지(이하 고경산단) 조성과 관련된 황당한 사기사건(본지 3일 자 6면 보도)은 섣부른 사업승인과 산업단지 조성 지연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고경산단 시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 25일 영천시에 산업단지 착공계를 제출한 뒤 공사를 예정대로 했으면 사기 피해자가 없었을 것이다. 극심한 경기침체 탓에 단가를 높여준다거나 고수익을 제공한다는 말에 속아 사기 피해자가 더 늘어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산업단지 부지에서 골재 채취?
고경산단 관련 사기꾼들은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골재가 약 700만㎥ 나온다며 가짜 계약서로 하도급(하청)을 주고 돈을 받은 뒤 잠적해 버렸다. 산업단지 발파 과정에서 골재를 채취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꿈 같은 이야기로 중소 건설업자나 일반인을 유혹한 것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고경산단의 경우 부지 지반이 약해 골재로는 사용할 수 없다. 이곳에서 골재를 채취한다고 해도 포항까지 운반할 경우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영천시 고경면 고경산단 종합지원센터의 시행사 및 영천시에는 지금도 대구'포항뿐 아니라 부산'서울'대전'충북'전남 등에서 사기 여부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영천시 관계자는 "사기 여부를 묻는 전화가 지난해 하루 10통, 올해 하루 5, 6통씩 온다"고 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가짜계약서에 있는 시행사 및 시공사 대표는 이름이 다르며 도장도 위조된 것"이라며 "전국에서 상당히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경북도'영천시는 제대로 확인했나?
영천 고경일반산업단지는 영천시 고경면 용전리 산27-1번지 일원 156만4천950㎡ 부지에 사업비 2천110억원(단지조성 1천828억원, 기반시설 282억원)을 들여 2016년 12월 31일까지 민간개발 방식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경상북도와 영천시는 산단 조성을 위해 2008년 12월 ㈜유영금속, 성진지오텍㈜, 일진에이테크㈜ 등 3개사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2008년 당시 경북도 투자유치 담당자들이 고경산단 조기 추진을 위해 영천 부시장실을 방문해 영천시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2009년 12월 고경산단 개발계획을 승인했고, 2010년 11월 기공식까지 열었다. 2012년 준공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착공조차 못 했다. 이 때문에 경북도와 영천시가 투자양해각서 체결 당시 사업계획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종천 영천시의원은 "경북도와 영천시가 시행사의 자금조달 계획, 사업일정 등을 꼼꼼히 살피지 않고 고경산단을 승인해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시행사 3곳 중 1곳 지분 매각
고경산단은 아직 착공도 못 했지만 기반시설 중 진입도로(폭 20m, 길이 590m)는 68억원을 투입해 2013년 12월 준공됐다. 공업용수시설(76억원)은 공정률 19%를 보이고 있다. 폐수종말처리장(138억원)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기반시설 공사에는 대부분 국비가 투입된다.
한편 시행사는 당초 ㈜유영금속, 성진지오텍㈜, 일진에이테크㈜ 등 3개사에서 ㈜세화엠피, 일진에이테크㈜, 유영이앤엘㈜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성진지오텍은 지분을 포스코에 매각한 뒤 이름을 세화엠피로 바꿨다. 성진지오텍이 포스코에 비싼 값에 매각될 수 있었던 것은 국비가 투입된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참여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종천 영천시의원은 "시행사가 산업단지 조성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시가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자금 조달 후 3월 착공 가능할까?
고경산단 부지 183필지 156만4천㎡ 중 보상면적은 77필지 123만5천㎡로 보상률 78.9%에 그치고 있다. 아직 32만9천㎡를 더 매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부지 내 묘지 637기 중 보상분은 437기(68.1%)로 200기가 남아 있다. 사업시행 전 문화재 표본발굴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고경산단 시행사인 세화엠피는 현재 사업비 600억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조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화엠피의 실제 사주인 A씨는 "고경산단 조성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은행권과 협의 중이다. 설을 쇤 뒤 3월쯤 착공하려고 한다"고 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민간개발 방식의 산업단지 조성에 한계점이 노출된 것 같다. 시행사의 3월 착공 얘기에 기대를 거는 것 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고 했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