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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다시 보기] 연극 '나무꾼의 옷을 훔친 선녀'

사랑? 현실? 시대상 고민 "좋아요"…밋밋한 풍자·가벼운 웃음 "아쉬워요"

최근 두 달간의 장기 공연을 마친 연극 '나무꾼의 옷을 훔친 선녀'에 대해 매일신문 공연평가위원단은 "순수한 사랑과 현실적인 결혼의 조화라는 현대인의 풀기 힘든 고민거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길게 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시대상의 변화에 따른 유연한 작품 수정, 코미디가 갖춰야 할 비판과 풍자 요소 보완이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대구 남구 대명동 예술극장 엑터스토리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정부가 결혼 성공 시 10억원을 준다는 조건으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우화적으로 차용해 관객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다.

A씨는 "겨울철에 관객 동원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장기 공연을 한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했으며, B씨는 "2006년 초연 이후 10년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몇 안 되는 대구산 창작극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현실 문제를 다루면서도 작품이 의도하는 비판과 풍자가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힘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C씨는 "농촌 총각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표피적으로만 다뤘다"고 했다. 또 A씨는 "우화적인 이야기가 주는 은유를 가벼운 웃음으로만 표현하려 한 부분도 아쉽다"며 "개그와 코미디는 다르다. 웃음만을 목적으로 하는 개그로는 연기의 진실성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다. 현실을 바탕으로 비판과 풍자를 담아내는 코미디 요소는 찾기 힘들었다"고 했다. C씨는 "멀티역을 맡은 배우의 활약은 돋보였지만 작품에 다소 산만함을 불어넣는 역할도 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C씨는 "하지만 멀티역이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역할도 했다"고 했다. 또 후반부에 펼쳐진 주인공의 시골집 세트 등 한정된 소극장 무대 공간을 다채롭게 활용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위원단은 "엑터스토리가 '10년간 사랑받을 수 있는 공연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 작품을 선정해 극단의 고유한 레퍼토리로 만들고자 노력해온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매일신문 공연평가위원단

정리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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