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 학부모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국어 학원으로 몰렸다. 수능에서 언어 영역이 영어와 수학에 비해 어렵게 출제된 탓에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언어 능력은 단번에 기르기 어려운 학습 영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언어 감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유아기 시절부터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른 학습의 기초 근육과도 같은 우리말 감각, 왜 중요하고 또 어떻게 길러야 할까.
◆국어보다는 영어?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를 둔 학부모의 영어 교육에 대한 열망은 식을 줄 모른다.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취학 아동, 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교육을 통해 국어 교육을 시키는 응답자는 전체의 40.4%인 반면 미취학 자녀에게 영어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답변은 전체 중 79.8%로 국어 교육의 두 배에 달했다.
미취학 아동을 둔 학부모는 '아이의 성공적인 장래'를 위해 영어 사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기 자녀에게 영어 사교육을 시킨다고 답변한 이들 중 46.5%는 '아이의 입시, 취업 등 모든 면에서 영어가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라 답했다.
국어와 영어, 둘 중 사교육을 시킨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대답은 영어로 기울었다. 전체 중 84.2%가 영어를 선택한 반면 국어는 7.9%가 선택하는 데 그쳤다. 한편, 현재 국어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학부모에게 추후 초등기간 내에 국어 사교육을 시킬 의향이 있다면 32.1%가 '그렇다'고 답했다.
◆언어 감각의 뿌리가 형성되는 시기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언어는 남과 이야기할 때뿐만 아니라 사고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언어 교육은 사고하는 기초적인 힘을 기르는 중요한 시기다. 대구교대 국어교육과 박창균 교수는 "뿌리 깊은 나무가 튼튼한 나무로 자라는 것처럼 미취학 아동기에 길러진 우리말 감각은 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학습과 발달을 이끄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언어 감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유아기 시절, 우리말보다 영어나 다른 외국어 공부를 우선시했을 때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사고력을 기르는 만큼, 모국어 학습에 대한 경시는 자칫 사고력 발달의 지체를 가져올 수 있다. 박 교수는 "언어는 문화와 결부되는 요소"라며 "언어 학습으로 문화를 배우는데 유아 시기에 과도하게 외국어 학습에 치중한다면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적 정체성 형성에도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어 공부는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도 반드시 필요한 '기초 체력'과도 같다. 박 교수는 "국어과를 흔히 도구 교과라고 하는데 국어에서의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능력이 다른 학습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국어로 기초를 잘 다지면 다른 학습도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언어 감각이 좋은 아이들은 수학 문제 가운데 문장이 긴 응용문제에서도 문제가 묻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답을 맞힐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언어 감각 기르기, 시기가 중요
언어 능력은 단기간에 기르기 힘들다. 박 교수는 "언어 능력이란 단순히 국어 지문을 읽고 잘 푸는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며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능력을 모두 언어 능력이라 말하는데 이러한 능력은 꾸준한 노력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초등학교 입학 전 가정에서 언어활동이 충분히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아기 아동들은 다양한 형태로 이해와 표현 욕구를 드러내는데 이런 욕구를 가정에서 해소해야 언어 감각이 성장한다. 그는 "부모나 선생님이 아이와 책을 함께 읽어주거나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좋은 국어 학습의 전형"이라며 "이 시기 우리말 학습을 지도할 때 무엇보다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아동들의 다양한 언어활동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놀이로 함께 즐기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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