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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떠나자! 지중해로!

상큼한 레몬 향, 눈부신 파란 하늘과 달콤한 꽃향기 그리고 코발트 빛 지중해 바다. 이탈리아의 봄은 이렇게 화려하게 시작된다.

이탈리아반도에 서풍이 불어오면 풍부한 해산물이 피렌체의 산 로렌쵸 어시장을 가득히 채운다. 해산물들이 상인들의 큰 목청과 함께 어우러지면 서문시장에서 장사하시던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따스한 서풍은 바다를 풍부한 해산물로 그리고 식탁을 건강한 음식으로 가득하게 한다. 카사노바의 고향인 베네치아에는 오징어 먹물 파스타와 민물장어 스테이크가 있다. 조금 과장한다면 와인병 두께의(?) 민물장어 스테이크에 베네치아지역 특산 와인인 피노 그리지오 스파클링 와인 한 잔과 진한 올리브, 레몬, 토마토, 먹물, 장어의 지방과 화내(탄 냄새)가 함께 어우러져 입안 가득히 베네치아의 바다를 느끼게 된다.

불가사의 도시 피사에서는 보타르가(숭어알을 염장하여 말린 것) 파스타와 바카라(대구를 염장하여 반건조한 것)요리를 맛볼 수 있는 트라토리아(지방특색 음식을 하는 소규모 식당)가 있다.

화이트 와인 소스의 크리미한 대구살 요리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 마늘, 건고추와 입안에서 터지는 숭어알의 파스타는 한 잔의 화이트 와인에 와우! 하며 탄성을 터트리게 한다. 레드 와인이 화이트 와인보다 열 배나 폴리페놀(항산화 물질)이 많아 몸에 좋다 하지만 이 바다의 화려한 향연에는 이가 시리도록 시원한 화이트 와인 한 잔이 이루어내는 최고의 마리아쥬(요리와 와인 조합)만큼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30년 전 로마에서 보낸 첫 겨울과 봄은 방값이 저렴했던 오스티아 바닷가의 빌라(여름에는 지중해 해변이라 방값이 비싸고, 겨울엔 아무도 오지 않아 방값이 싼 곳)에서 지냈다. 오스티아 해변에서 바지락은 너무도(?) 많아 값이 싸다.

하지만 로마의 특산품인 카스텔 로마노 와인과 올리브 오일, 마늘, 건고추만 있으면 제법 그럴듯한 봉골레 스파게티가 뚝딱 만들어졌다. 배고프던 젊은 날에 봉골레 파스타는 너무나 고마운 한 끼를 제공하곤 했다.

이탈리아 반도 최남단 시칠리아섬의 휴양도시 타오르미나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맛나는 성게알 파스타가 있다. 이곳은 성게알 전채요리와 스파게티 그리고 시칠리안 샤르도네 와인의 기억은 찌들어 있던 삶의 영혼을 맑고 깨끗하게 정화해주고, 청아하고 순수한 맛을 오랫동안 남겨주었다.

오페라 작곡가 롯시니는 말했다. '가장 좋은 와인은 음식과의 마리아쥬이다'라고. 나는 이 말을 기억하며 내일은 포항 죽도시장 단골가게에 싱싱한 성게알을 주문하여 성게알 스파게티를 만들어야겠다. 타오르미나의 기억을 떠올리며,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 한 잔과 함께….

김학진 요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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