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논란으로 시작된 복지증세 논의가 최근 법인세 인상으로 쟁점이 옮겨가고 있다.
정부는 기업 투자 위축을 우려, 법인세 인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과 조세전문가들은 법인세는 성역이 아니라며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다.
◆법인세 논란 배경은
법인세 논란의 기저에는 비교 대상 국가 기준에 대한 시각차가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는 각 사업연도 소득이 200억원을 초과하면 최고 세율인 22%를 매기고,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일 경우에는 20%, 2억원 이하일 경우 10%의 세율이 적용된다.
최고세율 22%만 살펴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3.4%(2014년 기준)에 비해 약간 낮다. 미국(35%), 프랑스(34.4%), 일본(30%), 중국(25%) 등은 높고 대만(17%), 싱가포르(17%) 등은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비교 대상을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소국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과 야권은 "우리 경제 여건을 보면 더 이상 아시아 소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선진국과 비교해야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야권의 주장대로라면 선진국 수준으로 법인세를 올리더라도 해외자본 유출, 투자 위축 등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업투자와 법인세는 무관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미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로서는 법인세 문제가 중요한 기업 경영 방침이 아니고, 임금이나 자금 조달 여부 등 전반적인 경영 여건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이명박정부 시절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내렸으나 기대하던 기업 투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사내유보금만 늘어났다.
이에 따라 법인세 논란은 투자와 경기 활성화 차원이 아닌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소득세를 올린다면 법인세도 올려야 하고 근로자 부담이 느는 것처럼 법인도 동일하게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법인세는 성장 문제가 아니라 분배 구조의 문제"이며 "과거에는 기업에 돈을 대주는 게 소득을 늘리는 길이었지만 지금은 수출이나 투자가 경제성장을 견인하지 않는다. 이제 민간소비에 의해 경제성장률이 결정되는 단계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세안은 없나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9조원 등 4년 연속으로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세수 결손은 재정지출 축소에 따른 재정불용액 확대를 초래, 재정의 경기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다시 세수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4년 연속 세수 결손은 대내외적 변수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고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부족한 복지예산을 메우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국채를 발행해서 세입과 세출 사이의 격차를 메우는 것이다. 국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방법은 증세나 복지 축소에 비해 이해당사자들인 국민의 반감이 적을 수도 있다. 당장 부담(세금)이 늘거나 혜택(복지)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도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노인 인구 급증으로 가뜩이나 장기 재정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국가부채 확대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 최근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2014년 약 1천만원에서 2060년 3억3천만원으로 폭증한다.
국채 발행을 제외하고 곳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은 오직 세수 증대밖에 없다. 앞으로 어떤 증세안이 나올지 모르지만 최근 정부는 서민 유리지갑을 털어내는 증세안을 무더기로 쏟아낸 바 있다. 정부가 사과했지만 논란이 숙지지 않은 연말정산 세법 개정안부터 지난해 인상한 담뱃세, 자동차세 등 지방세까지 재원 확충 대안이 이어져 오고 있다.
정부의 세수 증대 노력은 최근 금융권에까지 미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최근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 양도차익에 대해 20%의 기본세율에 탄력세율 10%를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2016년부터는 10%의 세율을 적용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최대 30%까지 부과하는 방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10% 안으로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수 부족과 조세형평성 원칙을 내세운 정부의 20% 부과안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강병규 세영회계법인 대표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보편적 복지로 가려면 현재의 세수 구조로는 불가능하다. 또 선별적 복지로 가더라도 복지확대 추세는 불가피하고 이는 증세 없이는 힘들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대타협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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