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킴이 대신 학교안전봉사단, 근로자 인정 안하려고 꼼수?

이름만 다를뿐 하는 일은 비슷…지킴이들 고용안정권 요구하자 봉사자 '둔갑'

대구시교육청이 올해부터 기존 배움터지킴이(이하 지킴이) 제도를 없애고 대신 '학교안전봉사단'을 운영하기로 해, 실효성과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름만 다를 뿐 하는 일은 비슷하다. 이번 결정은 지킴이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기 위한 시교육청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수성구 A초등학교는 학교안전봉사단 모집 공고를 냈다. 공고에는 봉사단이 ▷교내 외부인 출입 안내 ▷학생 등'하교 및 교통안전 지도 ▷교내'외 순찰 등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기존 지킴이와 역할이 같다. 하지만 처우는 열악해졌다. 지킴이는 하루 8시간(평일 오전 8시~오후 4시) 활동에 3만원을 받았다. 반면 봉사단은 2명이 일일 4시간씩 오전'오후 교대로 활동하면서 각자 하루 1만원을 받게 된다. A초교의 경우 이달 4일까지 2명을 모집할 예정이었으나, 신청자는 1명도 없었다. 지난해 지킴이 2명 모집 때 7명이 지원한 것과 대조된다. 이 학교 교사는 "지난해는 지킴이 신청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신청자가 없어 당혹스럽다"며 "교육청이 학생 안전에 신경을 쓴다면 관련 예산을 줄여서는 안 된다. 봉사활동이라고 하지만 하루 1만원을 받고 누가 일하겠느냐"고 했다.

수성구 B초교도 2일부터 6일까지 봉사단 2명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자는 1명뿐이었다. 3년간 지킴이로 활동한 박모(67) 씨는 "교육청은 지킴이와 안전봉사단이 봉사활동이라고 말하지만, 출근 확인을 하고 정해진 근무 시간이 있는데 어떻게 봉사활동이냐"며 "대부분 지킴이 동료들은 다른 노인일자리사업에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지킴이 제도를 학교안전봉사단으로 바꾼 데 대해 시교육청이 지킴이로 활동한 이들이 근로자 권리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지킴이가 근로자인지, 봉사자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 지킴이가 대구고용노동청에 근무 일지를 작성하고 교장 지시로 순찰 외에도 주차, 안내 등 잡무를 보고 있다며 진정을 했다. 대구고용노동청은 "지킴이 업무형태가 근로자 성격을 지녔다"며 학교에 시정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시교육청은 문제가 된 '활동 일지 준비'와 '교장 지시사항 이행' 등의 항목을 없앴다.

이병수 전국회계직연합 학교비정규직본부 대구지부 조직국장은 "시교육청이 말로는 모든 직종에 고령자를 우선 채용하라고 하지만 지킴이 제도만 봐도 그 말이 허상임을 알 수 있다. 지킴이들이 고용 안정 등 권리를 요구하자 지난해부터 법망을 피해가며 비정규직도 아닌 봉사자로 전락시켰다"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킴이는 봉사활동인데도 퇴직금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가 생겨 대안을 모색하다가 학교안전봉사단을 만들게 됐다"며 "안전봉사단은 순수한 봉사단원으로 구성될 것이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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