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영혼이 없나 무뇌(無腦)인가

대구시민회관 리모델링 편법 공사

짜고 친 고스톱, 증거는 없지만

세금 펑펑 쓰는 공무원은 수치

어떤 사업이든 관(官)은 큰 발주처이자 확실한 거래처이다. 관급 공사를 따면 보통 세 가지가 안전하다. 첫째 공사비를 떼일 염려가 없고, 둘째 발주처가 망해서 덮어쓰는 일이 없으며, 셋째 공사비를 깎일 염려가 전혀 없다. 오히려 설계 변경을 통해 얼마든지 공사비를 늘려갈 수 있다. 그러나 관청이 하는 일은 시민 생활과 직결되고, 그 사업의 돈줄은 결국 시민이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어떤 사업을 벌이더라도 "내 돈이라면, 내 집안일이라면 이렇게 하겠는가"하는 자기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을 사랑하는 영혼까지 지녔으면 금상첨화다.

근데 대구시민들은 근 천억원이나 들이는 대구시민회관 리모델링이 대구시민을 위한 축복이 되지 못하고, 세금 폭탄으로 이어지는데 절망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 공사를 하면서 편법 아닌 편법을 썼다. 시민회관 리모델링 공사를 발주하기 전에 대구시설관리공단에서 하던 대구시민회관 위탁운영을 캠코로 바꾸었다.

위탁운영권을 대구시로부터 넘겨받은 지 한 달 만에 캠코는 대구시민회관을 '클래식 전용관'으로 리모델링하겠다고 제안했다. 대구시가 시민회관 리모델링을 직접 발주하면 중앙정부의 투융자 심의 통과와 대구시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위탁업체인 캠코가 유지보수를 제안하는 방식이어서 다 피해갈 수 있었다. 대구시의회가 시민회관 리모델링 공사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은 캠코가 대우건설에 공사를 발주한 지 몇 달 지나서였다.

공사 변경은 자동으로 따라왔다. 캠코는 클래식 전용관으로 리모델링하겠다고 제안해놓고 착공한 지 얼마 안 되어 설계를 변경했다. 고속철 소음 문제로 방음 콘크리트벽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클래식 전용관으로 리모델링하겠다고 해놓고, 기찻길 옆 시민회관의 방음 문제를 몰랐다면 당연히 제안자 측인 캠코가 부담해야 한다고 대구시는 말했어야 한다. 그런데 대구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음이 좋은 건지, 바보인지, 뇌가 없는지 모를 일이었다. 공사비를 15%, 60억원이나 올려주었다. 보통 시 발주 공사는 설계가의 70~80% 선에서 낙찰되는데, 시민회관 공사에서는 그런 것도 없었다.

개관한 대구시민회관은 세금 블랙홀이다. 캠코는 대구시에 시민회관 상가(9천853㎡, 약 3천 평)를 세놓아서 연간 25억원을 벌겠다고 해놓고, 일 년 이상 허탕쳤다. 캠코가 임대 사업자를 구하지 못했는데, 무슨 연유인지 대구시는 높게 책정된 예상 임대수입을 세금으로 메워주기로 했다. 독립영화관 '오오극장'을 운영하는 대구청년들은 돈이 없어서 의자 한 개당 50만원에 팔아서 운영자금을 마련하는데, 문화행정을 책임진 대구시는 세금을 펑펑 쏟아붓는다.

대구시민회관 상가는 바로 광장으로 연결되어서 사무실로 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중구 호수빌딩 5개 층 5천117㎡(1천550평)에 제2별관을 마련했다. 대구시가 시민회관에 제2별관을 쓰면 호수빌딩에 내는 보증금 20억원과 연 7억9천200만원(임차료와 관리비)을 아낄 수 있었다. 여기에 출자기관인 대구경북연구원(현 650평, 연 6억원)의 양해를 얻어서 그곳으로 옮긴다면 무려 14억원이 확보된다. 두 기관이 들어오고도 남는 800평을 세 놓으면 세금을 더 아낄 수 있다.

대구시와 대구경북연구원이 대구시민회관으로 옮겨간다면 유동인구가 많아져서 상가가 저절로 활성화되고, 길 건너 향촌동까지 살릴 수도 있다. 대구시와 캠코가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벌였는지, 뒷손을 잡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복은 미미한 데서 오고, 화는 소홀한 데서 생긴다(福生於微, 禍生於忽)고 했다. 대구시가 대구시민회관을 리모델링하면서 복을 지을 줄 모르는데, 대구의 미래가 어떻게 활짝 꽃필 수 있나. 이러고도 대구시가 대구정신을 찾자고 말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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