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끝없는 전쟁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주연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The Unforgiven, 1992)는 서부시대를 가장 사실과 가깝게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에서는 짠~하며 나와 악당을 다 쳐부수고 사랑하는 여인과 가족을 굳건히 지켜내거나, 애절한 여인의 눈빛을 뒤로하고 유유히 떠나가는 게리 쿠퍼나 존 웨인, 앨런 래드와 같은 영웅은 나오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는 잔인한 무법자였지만, 이제는 아이를 키울 돈을 마련하려고 현상금 사냥에 나서는 늙은 총잡이 윌리엄 머니(William Munny)가 주인공이다. 철자는 다르지만 주인공의 이름이 돈(Money)과 발음이 같은 것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비틀기였을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보안관이라는 거악(巨惡)에 눌려 힘도 못 쓰고, 악당과 싸워 이길 자신도 없다. 젊은 시절을 돌이켜봐도 허세였을 뿐, 늘 죽음이 두려워 떨었던 기억뿐이다. 현상금 사냥꾼에 합류한 젊은 총잡이는 여럿을 죽였다고 떠벌리지만, 실상은 한 번도 살인을 한 경험이 없는 애송이다. 등장인물 모두는 제목에서 나타나듯 누구도 '용서받지 못한 자'이다. 이런 분위기는 '서부에는 선과 악이 없다. 오직 죽고 죽이는 것만 있을 뿐'이라고 한 샘 페킨파 감독과도 맞닿아 있다.

후세인 요르단 국왕이 자국 조종사를 무참하게 화형에 처한 이슬람국가(IS)를 공습하기에 앞서 '나는 나에게 총을 쏜 사람과 그의 아내와 모든 친구들, 그리고 그의 집까지 모두 불살라 버리겠다'는 말을 했다 한다.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보안관과 싸우기로 결심하면서 뱉은 대사다. 실제 후세인 국왕은 왕위에 오르기 전에 특전사령관과 코브라 헬기 조종사로 명성을 날린 군인출신이다. IS 공습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실제 출격은 하지 않았다. 대신 군복을 입고 공수훈련을 직접 지휘하는 사진이 외신을 탔다.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단호한 결심은 승리로 나타난다. 하지만, 후세인 국왕의 결심에 따른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영화는 정해진 상영시간만 지나면 어찌 됐건 끝이 난다. 그러나 현실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어떤 명분을 만드는 한 전쟁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이는 건 그 사람의 모든 것과 미래까지 빼앗는 것'이라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대사는 누구나 공감할 터이다. 그런데도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광기'로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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