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60전 60승 기적의 무패 장수였던 정기룡(1562~1622) 장군이 직접 착용했던 투구가 현재 존재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때 상주경찰서장을 지냈던 일본인이 강탈해 그 후손이 소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상주시와 상주문화재환수추진위원회(위원장 강용철)는 "2012년 작고한 정휘동 전 상주지역 국회의원(3선)이 정기룡 장군의 투구를 일본인이 갖고 있음을 확인, 극비리에 반환을 추진했으나 막판에 무산된 사실을 밝혀냈다"며 "그 일본인은 1920년 무렵 상주경찰서장을 지냈던 일본인의 후손이라는 정 전 국회의원의 생전 주장과 당시 그 반환추진 과정을 지켜본 국내 및 일본 현지인들의 증언을 최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용철 위원장은 "10여 명의 증언자를 만나보니 재일교포 사업가 출신인 정 전 의원이 지난 2002년 투구의 국내 반환을 위해 지역 모 문화계 인사와 함께 일본 오사카를 방문했다. 그러나 약속한 날 일본인 소장자가 나오지 않았고, 전화도 안 받아 하는 수 없이 돌아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강 위원장은 "증언자들은 정 전 의원이 정기룡 장군 투구를 직접 육안으로 확인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며 "이후 건강이 좋지 않았고 2012년 별세하기 전까지도 '장군의 투구가 일본에 있으면 안 되는데'라며 주변에 굉장한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상주시와 상주문화재환수추진위원회는 이 같은 정황이 꽤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정 전 의원의 생존 접촉자와 재일거류민단의 도움을 받아 일제강점기 때 상주경찰서장을 했던 일본인들의 명단과 그의 후손 소재 파악에 나섰다.
정기룡 장군의 투구 등 유물은 상주시 사벌면 금흔리 장군의 묘소 인근에서 후손들이 보관하고 있었는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투구가 사라진 것으로 상주시는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길이 157㎝, 너비 4.5㎝ 크기의 금속 요대(혁대) 등 장군의 유물 6점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돼 있다.
강용철 위원장은 "정기룡 장군도 이순신 장군처럼 삼도수군통제사까지 지냈기 때문에 그 투구와 비슷한 모양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주시와 함께 하루속히 소장자를 찾아내 내년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일반환문화재 청구대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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