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자력 발전소, 갈림길에 서다] ⑦사활 건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유치

국내 해체시장 14조 규모…"원전 제일 많은 경주가 연구센터 최적지"

지난해 10월 열린 동아마라톤대회에 경주시와 유치위 관계자들은 대회에 직접 참가해 대회 유치 홍보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해 10월 열린 동아마라톤대회에 경주시와 유치위 관계자들은 대회에 직접 참가해 대회 유치 홍보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주 유치위는 지난해 경주시민 22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경주시민의 의기를 미래부 등에 전달했다.
경주 유치위는 지난해 경주시민 22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경주시민의 의기를 미래부 등에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경주 유치위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하고 경주 유치 의지를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경주 유치위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하고 경주 유치 의지를 전달했다.

현재 국내에는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이들 중 12기가 경북 동해안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435기의 원전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원전들은 언젠가는 방사능 물질에 대한 오염을 제거하는 제염을 거쳐 해체의 운명을 맞게 된다. 이를 안전하게 자연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원전 건설과 운용 기술 못지않게 해체 기술이 중요하다. 국내 원전 해체에 대한 대비뿐만 아니라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이하 원해연)의 가동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 현재 경주를 비롯한 부산시 기장군과 울산시 울주군 등이 원해연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전 세계 원전 해체 시장, 335조원 규모

원자력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해체산업은 엄청난 규모다. 2050년이 피크로 보여지는 해체 시장은 국내시장만 14조원에 이른다. 한수원은 원전 1기당 해체 비용을 6천33억원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원전 해체 시장이 335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건설된 시장 규모만을 두고 내린 전망치이다. 세계원자력협회는 2030년까지 원전시장 규모는 430여 기가 신설되며, 금액으로는 1천200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가 원전을 포함한 원자력(연구소, 핵 주기시설 등) 해체 시장 규모도 2050년 1천조원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거대한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산업 관련 생산'연구'교육지원 기능의 집적과 기술력 제고, 전문기술 인력 양성과 기술 표준화를 서둘러야 한다.

◆1천473억원 들여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설치

원해연은 사용이 끝난 원자력시설을 안전하게 철거해 부지를 원래의 자연상태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시설이다. 해체 연구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설치하고,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관련 분야 전문인력도 양성한다.

원전 해체 기술의 실증과 검증이 가능한 연구장치 등이 주요 시설로 들어선다. 제염(방사성 오염제거), 고도의 원격절단 및 이송, 해체폐기물 처리 연구시설 등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현재 우리나라 기술은 선진국 대비 70% 정도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관련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원해연은 올해 유치 지역이 결정되면 오는 2019년까지 총 1천47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만㎡의 부지에 연건평 5천33㎡ 규모로 건립된다. 원해연이 경주에 유치되면 당장 관련 기업과 산업들의 유치도 속속 이뤄질 전망이다. 인구 증가와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2028년까지 투입되는 돈만 13조4천554억원에 이른다. 만약 원해연이 경주에 유치될 경우 한 마디로 경주의 산업지도가 완전히 싹 바뀌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국내 원자력 시설 최대 집적지인 경주가 최적지

최양식 경주시장은 "경주는 원전 해체 사업에 필요한 중요한 요소가 두루 갖춰진 곳이다. 중수로'경수로 등 다양한 원자로를 보유한 국내 유일한 곳이며, 한수원 본사와 방폐물 처분을 전담하는 원자력환경공단과 방폐장 등 원자력 기반시설도 모두 갖추고 있다. 원자력 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지역임과 동시에 산학연관 협력체계가 잘 구축돼 있어 앞으로 원자력 해체산업의 확장성과 효율적인 발전이 기대된다"며 원해연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경북은 국내 원자력 시설 최대 집적지다. 국내 원전의 50% 소재, 다양한 원전 입지, 중'저준위방폐장, 한수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으로 해체산업을 유치하기에 가히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기술 실용화 및 산업화 효율성도 뛰어나다. 동국대'포스텍'양성자가속기 등 우수 연구 인프라로 해체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산업화하기도 쉽다.

설계(KOPEC), 건설'운영(한수원), 정비(한전KPS), 방폐물 처리처분(KORAD)이 이곳에 모여 있어 원자력의 단계적 처리가 완벽하게 이뤄진다. 전국 최대의 원전 집적지인 경북에 해체기술센터가 들어와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한수원 입장에서도 해체센터가 경주에 들어오기를 바랄 수 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운전 문제 ▷방폐장의 원활한 운영 등 현안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의 설득과 이해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해체센터가 절실한 것이다.

◆경주시민 88%인 22만여 명 찬성 서명

경주를 비롯해 원해연 유치전에 뛰어든 지역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원해연 유치가 지역이 먹고살 수 있는 '먹거리 백년대계'를 창출할 뿐 아니라 향후 도래하는 폐로 시장의 선점을 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자체들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주는 지난해 8월 산'학'연 등 54명으로 자문위원을 구성하고, 경주유치위원회 출범과 함께 사무실을 열어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공동위원장에 최양식 시장과 이계영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이 추대됐으며, 고문에 권영길 시의회 의장을 추대했다. 유치위는 자문'정책'홍보'대외협력 등 4개 분과로 나눠 대정부 활동과 유치 관련 주민 홍보, 언론 홍보 등을 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경주시의회로부터 원전해체센터 경주 유치 촉구 결의를 받아낸 데 이어 최양식 시장과 권영길 의장 등이 미래창조과학부를 방문, 경주시민의 강력한 유치 의지를 전달했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도 경주 유치 노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8일 경주 왕의 길 행사장을 비롯, 지역 행사장마다 부스를 설치하고 유치 찬성 범시민 서명을 받아낸 결과 22만여 명의 찬성을 받아냈다. 전체 인구 중 무려 88%를 차지한다. 손기복 원해연 유치담당은 "지난 2005년 방폐장 경주 유치 당시의 89.5%에 근접하는 숫자다. 유치 열망이 얼마나 큰 지 엿볼 수 있다"며 "반드시 경주에 유치해야 한다"고 했다.

글 사진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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