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시민야구장은 대구의 역사다

대구 수성구에 새 야구장이 건립되고, 북구 대구시민운동장의 리모델링이 추진되면서 얄궂게도 대구시민야구장의 존폐가 논의되고 있다.

시민운동장 리모델링 용역을 맡은 업체에서 시민야구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다목적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안을 냈기 때문이다. 야구인 등 지역 체육계는 시민야구장의 관람석 제거 후 존속을 바라고 있지만, 오래돼 낡은 야구장을 '흉물'로 보는 시민들도 있다. 최근 체육정책자문단 회의를 한 대구시는 시민야구장을 아마추어'생활체육 야구인들의 전용 무대로 만들기로 하는 등 시민운동장 리모델링 방안을 올 상반기 내로 확정할 예정이다.

대구시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시민야구장은 관람석을 제외하면 흉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 인근 식당 등 북구지역 주민들의 경제 활동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란 점이다.

무엇보다 시민야구장은 대구 야구의 역사다. 1948년 개장한 시민야구장은 여러 차례 개'보수를 거치며 오랜 기간 '구도'(球都) 대구를 만드는 토대 역할을 했다.

현재의 모습을 보자. 시민야구장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전용구장이다. 프로 출범 원년인 1982년부터 사상 최초로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지난해까지 시민야구장은 삼성의 터전으로 자리를 지켰다. 또 시민야구장은 대구지역 중'고교 아마추어 야구팀과 생활체육 야구 동호인들의 경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 삼성의 홈경기가 대부분 열리며 각종 아마추어 야구대회가 수시로 진행된다. 생활체육 야구는 주말과 휴일 한 번만이라도 시민야구장을 사용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대구에는 프로야구에 열광하는 수많은 삼성 팬이 있고, 13개의 초'중'고'대학 야구팀이 있다. 생활체육 야구는 1천300여 팀과 동호인 2만5천여 명을 두고 있다.

대구 야구는 과거에도 시민야구장을 발판으로 화려한 명성을 남겼다. 대구는 우리나라에 야구가 도입된 시기를 서울과 다툴 정도이며 일제강점기와 1945년 광복,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며 야구 도시로 정착했다. 대구지역 학교를 통해 보급된 야구는 큰 인기를 끌었으며 대구 대표팀은 전국대회로 열린 도시 대항전에서 최강으로 군림했다.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1960~1980년대 고교 야구가 큰 인기를 누릴 때 대구의 고교 팀들은 각종 전국대회를 휩쓸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때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숱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탄생했다.

시민야구장은 이처럼 화려한 역사를 안고 있다. 과거의 영광으로 치부하고 흉물스럽다며 없애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대구의 자산이다.

시민야구장은 전문성과 경제성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시설이다. 시민야구장의 그라운드는 프로구단이 사용하는 최적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조 잔디 구장의 가치를 좌우하는 배수 시설은 일반 야구장에선 흉내 낼 수 없다. 게다가 대구시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팬의 관람 편의를 위해 수억원을 들여 내'외야 담장 공사를 하고 있다. 담장 공사에 드는 비용만으로도 일반 야구장 몇 개를 지을 수 있다.

게다가 생활체육 야구 공간으로 변신했을 때 시민야구장은 인근 식당 등 주민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경제 효과를 안길 전망이다. 생활체육 야구는 절대적인 공간 부족으로 연중 밤낮없이 경기를 할 수 있다. 평일 리그, 주말 리그, 나이트 리그 등으로 세분화된 생활체육 야구는 시민운동장 일대에 많은 사람을 그러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석 제거 후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시민야구장은 대구를 찾는 관광객의 볼거리로도 손색없다. 기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심을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야구 경기를 잊지 못하고 있다. 야구가 인기 없는 나라이지만, 시민들이 담장 없는 야구장에서 조명등을 밝힌 채 야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시민운동장 리모델링 계획에 이곳의 역사를 담은 조그마한 전시관 건립도 포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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