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5년전 6천만원에 산 33평, 지금은 3평밖에 못 사

대구 수성구 아파트 3.3㎡ 당 2천만원 시대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특정 아파트 호가가 3.3㎡당 2천만원에 육박하자 아파트 거주자들은 '격세지감'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지옥과 천당을 오간 아파트 가격이 언제 또 추락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직장인 최모(52) 씨는 "25년 전 부산에서 대구로 첫 직장을 잡을 때만 하더라도 수성구 범어동의 33평형 아파트는 6천만~7천만원을 주면 구입이 가능했다"며 "이제는 그 돈으로는 고작 3, 4평밖에 사지 못한다니 아파트 가격의 거품이 심한 것 같다"고 했다.

수성구 범어동의 한 부동산 사무실을 찾아 범어동 일대 25~30년 된 아파트 분양가를 파악한 결과 30년 전 분양한 범어동 A아파트의 33평형 분양가는 당시 3천만원이었다. 현재 이 아파트는 호가가 3억5천만원 이상이다.

북구, 동구, 달성군도 신규 택지개발지구 등 개발 호재가 많아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수성구가 명문 학군 수요에 의해 아파트 가격이 지탱된다면 북구, 동구, 달성군 등은 미래 개발 가치가 아파트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들은 이시아폴리스, 테크노폴리스, 금호지구 등 '직주근접형' 주거단지가 지역 내에 위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개발 호재 등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이 지역들의 매매가는 끊임없이 상승세를 보였다.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 일반산업단지 내에 있는 이시아폴리스더샵 전용 84㎡의 분양 당시(2010년 6월) 가격은 평균 2억1천940만원이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2억8천500만원으로 약 6천500만원가량 올랐다. 2011년 5월에 분양한 2차도 현재 1차와 동일한 6천500만원(84㎡ 기준)가량 집값이 상승했다.

대구테크노폴리스(달성군)에서도 아파트값 상승세를 보인다. 2013년 11월에 분양한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의 경우 84㎡ 기준으로 최소 1천500만원의 웃돈이 붙은 상황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에 따르면 대구테크노폴리스 내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최고 2천500만원까지 형성됐다.

대구의 아파트값 고공행진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 차례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행여 지금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가 상투는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4년 전 친지들의 돈까지 모아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를 계약했다는 박모(41) 씨는 "당시 웃돈을 5천만원이나 주고 분양권을 샀지만 1년이 지나자 분양가보다 3천만원이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아파트에 잘못 투자해 8천만원을 날렸다"고 했다.

김성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은 심리인 만큼 꼭지를 찍었다가 하락할 때는 걷잡을 수 없다"며 주의 깊은 투자를 당부했다.

지역 중견건설업체에서 분양을 총괄하는 A상무는 "수성구의 경우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강해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다른 지역 경우 분명히 거품이 걷히는 시기가 조만간 다가올 것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접근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수성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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