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땅콩 회항' 조현아 다시 구치소로 '회항'

안전 운항 저해 폭행·업무 방해 등 모두 유죄 판결

'땅콩 회항' 사태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는 12일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피고인이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12월 18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연합뉴스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재판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항로변경죄의 인정 여부였다. 재판부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과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국토교통부 조사를 방해했다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봤다. 이번 판결로 조 전 부사장은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함께 재벌가에서 유례없이 실형을 선고받은 부녀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법원, "이륙 전 지상 이동도 비행기의 항로"

조 전 부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된데는 재판부가 비행기 회항을 항로변경으로 판단한 게 결정적이었다. 항공보안법 제42조(항공기 항로 변경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하여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측은 "항공기가 실질적으로 불과 17m만 이동했고, 지상로는 항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항로변경은 공로(空路)뿐만 아니라 이륙 전 지상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며 "출발을 위해 푸시백(탑승게이트에서 견인차를 이용해 뒤로 이동하는 것)을 시작했다가 정지하고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한 뒤 출발한 바 진행방향에서 벗어나 항로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 때문에 24분 가량 출발이 지연됐고 다른 항공기 운항을 방해했으며 충돌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부사장으로서 승무원 업무배제 및 스케줄 조정 권한이 있더라도 이는 탑승 전 마땅한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으로, 지휘'감독권을 초월할 수 없다"고 밝혔다.

회항을 결정한 것은 조 전 부사장이 아니라 기장이라는 변호인단의 주장에 대해서도 "기장이 조 전 부사장의 탑승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이 직접 회항을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조 전 부사장의 위력에 제압돼 회항을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국토부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피고인의 폭행을 밝혀내지 못한 것은 국토부의 불충분한 조사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례없는 재벌가 부녀 실형

조 전 부사장은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실형을 선고받은 부녀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국내 재벌가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조 회장은 15년 전인 2000년 2월 10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조 회장은 1994∼1998년 항공기 도입과정에서 받은 리베이트 1천95억원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273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391억원의 결손금을 과대계상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 회장은 1심 판결 후 4개월 뒤인 2000년 6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7개월만에 풀려났다.

조 전 부사장이 12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대한항공은 침통한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을 예정이다. 대한항공 측은 선고 전부터 재판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한항공 관계자들은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막상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선고되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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