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은수 변호사, 인터뷰서 못다 한 이야기

1. '군=배움터' 인식이 범죄 예방

"군 자체가 자율적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근무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2년간이 인생에서 생산적인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은수 변호사는 폭행 등 군 범죄 해결을 위해 "군 생활은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공동체 생활을 통해 '하나의 배움터'이자,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이라는 동기부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군 범죄는 군무이탈, 폭행, 교통범죄 등 순으로 많고, 이 3대 범죄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며 "20년 전만 하더라도 1개 사단에서 매월 한 번꼴로 군 범죄 재판을 할 정도였지만, 현재는 폭행 등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리적 폭력이 많이 줄어든 대신 왕따, 은따(은근한 따돌림) 등이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부대 내 따돌림 문제의 심각성을 말했다.

그는 "군인은 전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언제나 전투태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은 군기를 세워서 하고, 일과 이외 시간은 자유를 주도록 해야 한다"며 동기생 생활관 등을 바람직한 사례로 들었다.

2. 400억 군 최대 사기 수사

이은수 변호사는 군 법무관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2008년 육군 2작전사령부 법무참모 때 발생한 창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사건을 꼽았다. 육군 모사단 박모 중위(당시 25세)가 2007년 3월부터 2008년 5월까지 군 장교 등 750여 명으로부터 고수익을 미끼로 40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사건인데, 육군본부가 이 사건을 수사하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2작전사령관이 예하부대를 순시하면서 '모 중위가 주식투자를 잘한다고 내세워 3개월 안에 50%의 수익률을 준다고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며 "사기가 아니냐"고 물어왔던 것. 해당부대는 그 중위에 대해 수사를 하는 대신 다른 명목을 내세워 징계를 한 상태였다.

"개인 간 사적 거래인데 어떻게 처벌하겠느냐"는 것이 법무참모실 상당수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 참모는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수사권이 있는 육군본부 법무실에 수사를 촉구했다. 육본의 수사 진척이 잘되지 않자, 철저한 수사를 계속 요구하면서 해당 중위의 계좌라도 한번 살펴보자고 했는데, 그 계좌에서 수백억원이 나오면서 수사가 급진전됐다. 수사결과 피해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전군이 발칵 뒤집혔다. 2작전사령관의 직관력과 이 참모 등의 끈질긴 수사 촉구로 해당 장교에 대한 징계만으로 묻힐 뻔했던 최대 금융사기사건이 밝혀지게 됐다.

김병구 서울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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