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들의 건배사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은 '남행열차'이다. 3년 전 정권 교체 시기 유행하던 말인데 '남다른 행동과 열정으로 차기 정권에서도 살아남자'라는 뜻이다.
최근 들은 건배사 가운데 '교유부잡'(交遊不雜)이라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 교유가 잡스럽지 않다는 뜻으로, 친구 등의 사귐이 바르고 함부로 사귀지 않는다는 뜻이다. 건배사를 사용한 고위공무원은 "이 정도 자리까지 올라왔으면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정치권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으냐"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위기를 맞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도 따지고 보면 사람을 잘못 만났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 청와대를 홍보해야 할 핵심 인사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가 욕을 먹는 데 선봉에 섰다.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무총리로 서둘러 임명된 문창극 전 국무총리 내정자는 거듭된 논란으로 인해 오히려 국정 공백을 장기화시키는 주인공이 됐다. 여기에 '여성 인물을 키우겠다'며 임명을 강행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장관은 잇단 말실수와 구설수로 여성 표는 물론 여권 전체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의 경우도 논쟁의 시발점은 주변인이다. 그를 도우려던 한 재선 현역 국회의원이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함으로써 문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현역 의원은 '검증 주체가 검증 대상을 비호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은 뒤에도 의혹 기사를 보도한 일부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어떻게 이렇게 악의적인 기사를 쓸 수 있느냐"며 따졌다. 이때부터 이 후보자는 언론에 찍히기 시작했고 최근 '언론탄압' 논란으로 확대된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낙선한 이주영 의원은 러닝메이트인 홍문종 의원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감표 효과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사무총장을 하면서 공천 과정을 지휘하던 홍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는 터라 일부 의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원내대표 선거 운동을 하면서 "지난번 선거 때는 죄송했다"는 말을 수없이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이를 전해 들은 한 의원은 "입후보자라면 비전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과거 이야기를 왜 하고 다니느냐. 다 잊어버린 일도 홍 의원 덕분에 다시 생각나 마음을 돌린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차관급 이상이 되면 정무직이다. 줄을 잘 타서 언제라도 국회로 입성할 수도 있는 반면 한순간에 책상이 빠지기도 한다. '남행열차'로 살아남은 자들은 이제 '교유부잡'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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