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대구 동을)의 리더십을 평가할 첫 시험대로 정치권 이목이 집중됐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 후보자 카드를 관철시킨 유 원내대표가 첫 리더십 무대를 무난하게 통과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지역 출신 한 정치인은 "애초 12일 예정됐던 본회의가 한 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16일 본회의장에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158명 가운데 구속 수감된 송광호'조현룡 국회의원과 이 후보자를 제외한 155명 전원을 표결에 참여시키는 등 유 원내대표의 당내 입김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면서 "특히 이날 오전까지도 참여 여부가 불투명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까지 표결장으로 이끌어내는 등 대야 정치력까지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기류가 청문회 직후 '부적격'으로 급선회한데다 민심까지도 이 후보자에게서 등을 돌리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뚝심'의 리더십을 통해 잘 풀어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 원내대표도 그간 고민이 많았다. 부정적 여론이 팽배했음에도 여당과 청와대의 국정 난맥상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무조건' 관철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심(私心) 없이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라는 유 원내대표의 이미지가 이번에 많이 훼손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심과 역행하는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여당 단독으로라도 강행하겠다고 유 원내대표가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과 새누리당의 현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여당 내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선택을 불가피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대다수다. 이미 두 번이나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이 후보자까지 검증대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박근혜정부는 집권 3년 차 만에 '레임덕'을 맞이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는 점을 대다수 의원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한 초선 국회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고민은 이 후보자의 통과 여부가 아니었다.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힘든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서 국정 공백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면서 "친이계는 물론 친박, 비박 모든 계파를 아우르며 사정을 설득했고 특히 야당 원내지도부에도 읍소하는 모습으로 오늘의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 유 원내대표가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새누리당에서 최소 7표의 '이탈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만일 정의당이 참석해 5표의 반대표를 행사하고, 일부 이탈표가 새누리당에서 추가로 나왔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던 탓이다. 유 원내대표가 표결 결과 발표 직후 다소 언짢은 표정을 지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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