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어, 100일의 도전] 8)중간시험 결과 발표

곽필남 씨가 자랑스럽게
곽필남 씨가 자랑스럽게 '100점'이라고 적힌 시험지를 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12일, 방민아 선생이 들어오자마자 지난주 치른 시험지를 나눠줬다. 그동안 일주일이 멀다하고 시험을 쳤지만 그건 '쪽지 시험'이었다. 그러나 지난주 친 시험은 지금까지 공부한 중국어 간체자를 비롯해 발음, 성조, 문법, 독해 등 전 과정을 평가한 시험이었다. 시험지를 받아든 도전자들은 조용했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을 몰라 자신이 몇 점을 받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별 표시를 한 문제가 생각보다 많다. 방 선생은 틀린 문제에 'X' 표를 하지 않고 별표(☆)를 한다. 틀린 문제를 한 번 더 확인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보다는 틀린 답을 한 수강생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방 선생의 배려가 담긴 것 같다.

방 선생은 "성적이 괜찮았어요. 저의 강의를 잘 들어준 것 같아 고맙다"며 특유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13명 중 만점 받은 분이 한 명 있어요." 순간 도전자들은 주위를 살폈다. 자신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굽니까? 누구?" 아무도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곽필남 씨가 만점을 받았습니다!"고 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구동성으로 "축하해요!"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공부 안 하는 줄 았았는데, 우리 몰래 공부만 했군요?" 순간 곽필남 씨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주위의 칭찬에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또 자신에 대한 뿌듯함도 느꼈을 것이다. 모두 곽필남 씨를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얼굴에는 "다음엔 내가 꼭 1등해야지"하며 다짐하는 눈빛이 느껴졌다.

방 선생은 문제의 답을 알려주면서 문제풀이를 했다. 역시 발음과 성조 문제에서 많이 틀렸다. 방 선생이 해설을 하자 그제서야 "아~ 그렇지" "이제 알겠네" 하면서 머리를 쓸어넘기며 고개를 끄덕인다.

공부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역시 시험은 필요한가 보다. 우선 성적이 좋으면 기분이 좋다. 힘들게 공부한 것에 대한 보상과 보람은 해본 사람만이 느낀다. 물론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말이다. 그리고 자극도 되고 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긴다. 방 선생은 침울해 있는 도전자에게 기분을 북돋워준다. "점수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마세요. 다음에 잘 치면 되니까요. 그리고 성적과 공부는 꼭 비례하지 않으니까요. 호호~."

다음 주는 설 연휴라 휴강하기로 했다. 공부하자는 일부 수강생도 있었지만 '쉬자'는 다수의 힘에 밀렸다. 한 수강생은 "자식에겐 휴식 없이 스파르타식으로 공부하기를 바랐는데, 제가 공부해보니 한 번쯤 땡땡이 치고 싶네요"라고 말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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