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24시 현장기록 112] 청소년 성매매 현장 속으로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필자 역시 경찰단속팀에서 활동하면서 성매매의 은밀성, 광범위성 등 여러 사회문제를 접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 채팅을 이용한 성매매가 늘어났다. 10대 가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성매매를 하고 이로 인한 또 다른 범죄의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필자가 경험한 사건 현장을 소개한다.

어느덧 내가 풍속단속반으로 일한 지도 1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어느 봄날, 내가 태어나 겪은 사건 중 가장 안타까운 사건을 회상해 보기로 한다. 단속 팀장은 "스마트폰 앱으로 성매매를 하는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많이 늘어나 문제가 심각하다"며 단속을 강화해야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는 대구 동구 신천동에 성매매 현장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개략적인 사건 정보를 들은 우리 단속팀은 이날 오후 곧장 대구 동구 신천동의 어느 모텔에 도착했다. 모텔 앞에 미심쩍은 모양새로 서성거리는 여성이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화장을 좀 진하게 하고 야한 차림을 하였으나 사회에 발을 담그지 않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신원을 확인하고, 성매매에 활용된 스마트폰에 대해 추궁했다. 박수진(가명'18)이라고 밝힌 이 아이는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스마트폰 채팅으로 화대 13만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성매수남을 태연하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수진이가 털어놓은 사실은 놀라웠다. 남자친구들과 모텔에서 먹고 자고 하는데 그곳에서 남자친구들이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성매수 남성들을 유혹하고, 자신은 성매매녀로 활동한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1년 전에 가출하여 생활이 궁핍하던 차에 어느 날 스마트폰앱에 '아가씨 구함, 함께합시다. 연락줘요'라는 문구를 보고 이들을 알게 되었는데, 모텔에서 혼숙을 하며 일행이 시키는 대로 성매수 남성들에게 성매매 조건 만남으로 성관계 시 1회당 13만원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돈을 만져보니까 기분이 좋았다. 그때 수진이의 머릿속에는 '이렇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기분도 잠시였다. 13만원을 받으면 이 중 11만원을 갈취당하고 고작 2만원만 수진이의 손에 들어왔다. 불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시로 번갈아 가면서 성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우리 팀원들은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즉시 모텔에 진입했다.

곧이어 모텔에서 일당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을 발견했다. 이들은 온몸에 문신 투성이였다. 신원을 확인하고 소지하고 있던 휴대폰을 보았다. 성매매에 활용된 온갖 대화내용이 고스란히 있었다. 고교 동창인 김경석(가명'18)과 정민수(가명'18)는 유흥비 마련을 위해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성매매 여성을 구한다는 광고글을 올렸고 수진이가 그것을 보고 이들에게 찾아와 망설임 없이 일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려 다니며 하는 일 없이 모텔을 전전하며 혼숙 생활을 한 지가 1년이 넘었다고 하였다. 경석이와 민수는 가출한 수진이의 궁핍한 사정을 악용하여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성매수 남성을 찾아 수진이에게 성매매를 시킨 것이다.

성매매를 통해 번 돈은 유흥비로 탕진하고 수진이에게는 돈을 주기는커녕 성매매 일 외에는 나가지 못하게 모텔방에 감금까지 하였다. 자신들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심지어 방에서 쉬고 있을 때에도 차례로 성폭행하였고, 성매매를 하고 온 직후에도 강제로 성폭행을 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성매매로 인하여 성병까지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긴급체포 후 구속되어 현재 복역 중이다. 수진이는 당시 결손가정으로 가족과 친지에게 연락하였으나 마땅히 보호할 사람이 없어 상담 및 보호시설에 연계, 의료적 지원과 함께 심리상담 등을 제공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성매매란 사전적 의미로서 일정한 대가를 받기로 하고 성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는 일을 일컫는다. 성매매에 대해 개인적인 소신이나 철학에 따라 혹자들은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도 있으나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여성들의 인권 문제이고, 성을 상품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10대 가출 청소년들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쉽게 성매매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들은 사회적 경험이 없고, 호기심과 이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 등으로 인해 개별적인 만남을 가지지만 또 다른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가출 청소년에 대해서는 어느 한 분야가 아니라 가정, 학교,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여야 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 문화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겠다.

이승준

대구경찰청 풍속광역단속팀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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