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2년 남겨둔 중학교 교사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 때문에 고민이 많아 동료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 보지만 명쾌한 해법이 없어 연금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명예퇴직(이하 명퇴)을 신청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말 명퇴 신청을 했고 신청자가 많아 순위에서 밀려났지만 올해 다시 신청해 볼 생각입니다.
현재 전업주부인 아내(57)와 노모(83)와 함께 살고 있으며, 자녀는 두 명인데 결혼을 늦게 한 탓에 둘 다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습니다. 딸은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아들은 대학교 2학년으로 올해 군 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보유자산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가 전부입니다. 업무에 쫓기다 보니 아직 퇴직 후에 어떻게 살 것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명퇴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고민입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가 차원의 과제로 당사자인 사례자의 고민이 깊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것이 옳은 판단인지 조언해달라는 요청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퇴직 후 수령하게 될 연금액만 고려한 퇴직 설계로 현재 국회에서 연금법 개정이 논의 중인 시점에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선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사자로서 공무원연금 개혁 홈페이지(www.gepr.go.kr) 등 관련 기관 단체 등에서 제공하는 정확한 정보와 지식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사례자 입장에서는 퇴직 후 연금 수령액의 변동에 대하여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겠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은 퇴직의 의미를 성찰해보는 것입니다. 퇴직을 한다는 것은 30년 이상 몸담은 일터에서 물러난다는 것이며, 은퇴 생활의 새 시작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60세 전후에 직장을 그만두고 10여 년 동안 인생을 정리하며 유유자적하다가 생을 마감하면 행복한 삶이었고 모두가 그런 꿈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년 이후 30~40년이나 되는 긴 세월을 살아가야 합니다. 평균 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고령화 장수 시대의 은퇴 생활은 준비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입니다. 퇴직 후 30~40년 은퇴 생활은 돈, 즉 연금만으로는 행복을 보장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연금 수령액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법 개정 전에 조기 퇴직을 선택하더라도 최근 유럽의 그리스와 같은 국가 재정 위기가 닥치면 현행 연금법에 의한 연금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사례자의 입장에서 정년까지 2년간 얻게 될 이득은 연봉이 6천만원이라고 할 경우에 급여가 1억2천만원이 됩니다. 또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득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퇴직 후 은퇴 생활을 착실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사례자와 같이 아직 은퇴 생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연금만 바라보고 당장 명퇴를 신청하는 것은 무모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은퇴는 자신의 내적 세계와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며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야 합니다. 성공한 은퇴 생활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행복한 은퇴 생활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관심사와 삶의 목표를 분명하게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삶의 목표를 세웠다면 성공적인 은퇴 생활을 위해서는 어디서 살 것이지, 누구와 어울려 살 것인지,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은퇴 자산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삶의 마무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응급실에서 당하는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혹은 사전의료의향서, 사전장례의향서, 유언장, 자서전 등을 잘 준비해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도 미리 계획해 보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그리고 인생 2막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건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존스홉킨스 대학 메디컬센터의 연구 결과, 70세가 넘도록 일하는 사람들은 은퇴한 사람에 비해 80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2.5배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요람 마라비 박사는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투자는 바로 건강에 투자하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의미 있는 일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만큼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도 있듯이 사례자는 퇴직 후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여생을 마칠 수 있도록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정한(사단법인 한국은퇴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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