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맡겨놔. 나중에 줄게~!" 혹시 자녀의 세뱃돈을 매년 이렇게 가져가 돌려주지 않은 엄마가 있는가. 아이의 세뱃돈을 차곡차곡 잘 모으면 목돈도 되고 경제 교육도 시킬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목돈을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세뱃돈 쓸 권리를 주는 '쿨'한 부모가 되는 것도 좋다.
◆세뱃돈으로 경제 교육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주부 김미경(39) 씨는 두 아이의 세뱃돈 관리를 다른 방식으로 한다. 중학생인 큰아들은 수십 만원의 세뱃돈을 벌어도 용돈으로 쓰라고 그냥 주지만, 초등학생 아들 몫은 김 씨가 챙긴다. 요즘에는 초등학생인 둘째가 손에 쥐는 세뱃돈도 10만원을 훌쩍 넘긴다. 친척들에게 세배만 하면 만원짜리 지폐를 건네니 초등학생인 아이가 돈을 쉽게 생각할까봐 걱정돼 김 씨는 "엄마한테 맡겨놔"라고 말하고 가져온다. 김 씨는 "둘째가 형은 주고 내 돈은 왜 가져가냐고 말할 때마다 제대로 설명을 못해서 난감하다. 초등학생 명절 용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고민했다.
요즘 은행에는 어린이의 금융 습관을 잡아주는 다양한 상품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대구은행의 '꿈나무플러스 통장'은 어린이'청소년 전용 상품이다. 입출금이 자유롭고 아이들의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뿌까'(PUCCA) 캐릭터를 통장에 사용했다. 만 14세 이하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대구은행 자동화기기 현금 인출 수수료 면제, 대구은행 창구에서 타행송금 수수료 면제, 적금 금리 우대와 스윙서비스를 제공한다. 스윙서비스는 종합 통장과 연결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높은 금리혜택을 볼 수 있도록 상황에 따라 예금을 자동으로 전환해 주는 금융 서비스다.
만 18세 이하면 가입할 수 있는 정기적금인 평생저축 '꿈나무형'도 추천할 만하다. 계약 기간이 1년인 이 상품은 매회 최소 입금액이 1만원으로 아이들이 용돈을 모아 저축하기 좋다. 다른 정기적금과 차이점은 중도 인출이 된다는 점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잔액이 10만원 이상 남을 경우 1년에 한 번 원하는 금액만큼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어린이용 펀드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NH-CA 아이사랑 적립 증권투자신탁'은 안정적으로 고배당을 지급하는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또 자녀의 미래를 위해 배당성향이 높은 개별 주식을 발굴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적립 투자를 유도해 대학 학자금 및 결혼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 최초 가입 금액이 5만원으로 문턱이 낮고, 2회차부터 1만원 이상 입금할 수 있어 아이들이 소액 투자를 하며 금융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어린이펀드는 최초 가입 금액이 적은 것 외에 운용 스타일은 일반 펀드와 비슷하다. 대신 어린이펀드 가입 대상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챙기는 것이 이득이다. 이 상품은 판매'운용사 보수의 15%를 기금으로 조성해 해외 금융 선진국 방문이나 팜스테이 같은 경제 캠프를 진행하니 가입시 혜택을 꼼꼼하게 따져보자.
◆ 아이에게 세뱃돈 쓸 권리를 주자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을 둔 황민정(42) 씨는 아들이 중학교에 올라온 뒤부터 명절 용돈을 뺏지 않는다. 자녀에게 엄마가 자신의 용돈을 빼앗아 간다는 핀잔을 들은 탓도 있지만 언제까지 부모가 돈 관리를 해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황 씨는 "우리집은 평소에도 애한테 따로 용돈을 주지 않고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리는 등 집안일을 거들면 500~2천원 씩 용돈을 준다. 여기에 명절 때 받은 용돈을 아껴쓰면 중학생 용돈으로 충분하다"며 "몇 년 전에는 아들이 불평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돈을 적절히 분배해 쓰는 법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기약없이 세뱃돈을 맡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도 '꼼수'를 쓴다. 명절 무렵에는 포털 사이트에 '엄마한테 세뱃돈 안 뺏기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들이 올라온다. 이 글에는 '받은 용돈을 어떻게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보여주며 엄마를 설득하라'는 내용부터 잃어버렸다고 연기를 하거나, 친척 어른에게 미리 이야기해서 세뱃돈을 엄마가 보지 않을 때 몰래 달라고 하라는 등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두 아이의 아빠인 직장인 민경준(48) 씨는 "중'고등학생들이 10만원 넘는 큰 돈을 한꺼번에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설과 추석을 제외하면 별로 없다. 무조건 저축하라고 딸에게 명령하면 오히려 부녀간 사이만 나빠지기 때문에 이날만큼은 자기가 원하는 데 돈을 쓰도록 자유를 주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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