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김모(31) 씨는 다시는 불법 '사설 토토'(운동경기 시작 전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걸고 결과에 따라 환급금을 받는 일종의 도박게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한 사설 토토 사이트에 충전해 놓은 500만원을 도로 찾아갔다. 김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팀을 응원한다는 차원에서 사설 토토에 발을 디뎠다. 그러다 높은 배당금 맛을 보고는 2012년부터 사설 토토에 빠졌다. 그는 돈을 찾기 며칠 전 다른 사설 토토 사이트가 사라지는 바람에 이 사이트에 충전해 뒀던 400만원을 날려버렸다. 돈을 날리자 아내와 갓 태어난 딸 생각에 덜컥 겁이 나 급히 찾아온 것이다. 김 씨는 "사설 토토는 단속에 걸려도 30만원 정도 벌금을 내면 그만인데다 돈을 충전해 두고 베팅을 하니깐 돈을 잃어도 실감을 못 한다. 현금을 갖고 하는 포커나 섯다와 달리 도박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대구의 젊은 층 사이에 인터넷 도박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4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7.5%로 경기(7.9%)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또 지난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1336 헬프라인' 전화 상담 중 대구의 인터넷 도박 관련 상담은 434건으로 16개 시'도 가운데 5번째로 많았다. 특히 대구의 인터넷 도박 관련 전화 상담 중 10~30대가 43%(186건)를 차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보편화로 사설 토토에 접근하기 쉬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난희 대구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장은 "과거에 하우스나 경마장 등 특정 장소를 찾아가서 도박하던 시절과 달리 스마트폰을 이용한 도박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도박중독의 위험성은 더 크다. 게다가 사설 토토는 자신이 전력 분석만 잘하면 다른 도박과 달리 승산이 높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했다. 그는 또 "도박중독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10, 20대에 도박을 처음 접했다는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며 "생애주기별로 도박 중독 예방이 중요하며 자신이 도박에 빠졌단 생각이 들거나 주변에 도박에 빠진 이들이 있다면 '1336 헬프라인' 등을 통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40, 50대가 주로 검거되는 전통적인 도박과 달리 인터넷 도박은 젊은 층에서 많이 적발된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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