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대구로의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 현관 앞에는 두 명의 인물 사진이 실물 크기로 서 있다. 애플의 설립자이자 아이팟, 아이폰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끈 스티브 잡스와 페이스북 설립자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선도하는 마크 저커버그다. 창업학교에서 한국의 스티브 잡스, 마크 저크버그를 꿈꾸는 청년 벤처 창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도전기를 들어봤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라, '부싯돌'
"더 이상 다른 업체의 용역 일이 아니라 우리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죠."
부싯돌(BUSIDOL)은 국내 몇 안 되는 스마트TV용 애플리케이션 전문 개발 기업이다. 지난해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스마트TV 앱 시연을 한 업체이자, 삼성과 기술협력을 맺은 대구 업체로 유명세를 탔다. 부싯돌은 스마트TV가 막 보편화되기 시작하던 2011년 2월 경일대 R&D센터에서 창업했다. 대구의 한 모바일용 소프트웨어개발회사에서 선후배로 일했던 부싯돌의 이윤우(42) 대표와 황창수(39) 과장 등을 주축으로 8명이 팀을 꾸렸다. 마음이 맞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뭉쳤다.
"지역 소프트웨어 업체 중 상당수가 타 기업의 SI(외주용역)를 받아 일을 합니다. 당연히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죠. 내가 만든 신제품을 나의 브랜드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으로 창업을 했어요."
부싯돌은 국내외 스마트TV 제조사, IPTV, 케이블TV에 50여 종의 스마트TV앱을 서비스 중이다. 창업 5년 차가 무색할 만큼 그동안 많은 실적을 쌓았다. 창업 첫해인 2011년 지식경제부 주관 TV앱 경진대회에서 TV동화로 최우수상을 받았고, LG스마트 TV앱 콘테스트에서 '크레이지 덕'이라는 게임 앱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2014스마트 미디어 대전에서 사격 게임인 '3D 슈팅'으로 스마트TV앱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대회 3년 연속 수상 기록이었다.
시련도 있었다. 스마트TV 앱 개발사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13년 무렵 극심한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부싯돌의 이름을 건 제품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즈음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에 앱을 판매한 이력을 가진 유망한 지역기업으로 대구시가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추천한 것.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께 3D오션 게임 시연을 했던 황 과장은 "'안 되는 게 없네요'라며 웃으시던 대통령을 보면서 정말 뿌듯함을 느꼈다"며 "SI만 했더라면 이런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싯돌은 지난해 9월 삼성과 협력을 맺고 삼성 스마트TV의 새 운영체제(OS)인 '타이젠'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창업에서 얻은 교훈은 뭘까.
황 과장은 "직장을 다니더라도 자기만의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없으면 회사의 부속품으로 회사에 의존하게 된다. 회사는 나를 영원히 먹여 살리지 않는다"며 "취업을 위한 자기계발뿐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지 진지한 고민을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우 대표는 "창업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최대한 젊을 때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창업에 성공을 못 하더라도 직장생활에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함께 하면 꿈을 이룬다, 어썸나인'네오컬쳐
'네오컬쳐'는 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 2기생으로 지난해 입교했다. 지난해 네오컬쳐 법인을 설립한 전영하(29) 대표는 이달 말 계명대 경영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 네오컬쳐는 헬스, 요가, 골프 등 건강관리와 레저 용 앱을 개발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헬스장 등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앱을 통해 홍보해주는 대신, 소비자는 해당 업체에 하루짜리부터 필요한 만큼의 기간만 소액의 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보통 3개월, 6개월 단위로 헬스장 이용권을 끊었다가 다 이용도 못 하고 손해 보는 바쁜 직장인들이 타깃이다. 소액 이용이 가능하니까 시험 삼아 체험해 볼 수 있고, 앱에 금액을 충전해 필요할 때마다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업체 입장에서도 따로 가맹비를 낼 필요가 없고 신규 고객을 발굴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전 대표는 "취업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평생 창업의 꿈을 못 이룰 것 같아 도전했다. 세 명이 함께 일하며 제품 개발에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어썸나인'( Awesome9'대표 오호윤, 김태현)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기업들의 마케팅을 지원하는 업체다. 2013년 창업한 새내기 업체이지만, 대기업들의 SNS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실적을 쌓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해당 기업을 홍보하고, 고객들의 성향을 분석해 기업에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휠라 코리아와는 내가 좋아하는 속옷을 고르면 그에 해당하는 심리를 분석해주는 심리테스트를, 볼보코리아와는 볼보 신차가 등장하는 레이싱 게임을 이벤트 게임으로 개발했다. 그중에서도 어썸나인은 웹페이지 제작 솔루션인 '아비브'(AVIV)로 SNS를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 분야에 승부수를 띄웠다. 아비브는 페이스북 관리자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곳 김태현(31) 대표는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 국내 IT 상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창업을 했다. 그는 "아비브를 만들 때 팀원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비전과 목표를 공유한 동료들이 위기를 이겨내는 힘"이라고 말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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