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년간 약 2천 편의 예술영화를 상영하며 대구지역 영화 마니아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시네마 천국이 사라진다. 최근 정부 지원이 끊겨 운영난에 시달려온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관 '동성아트홀'이 결국 25일 오후 8시 30분에 마지막 영화를 상영하고 문을 닫는다.
남태우 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는 23일 동성아트홀 온라인 커뮤니티 '동성아트홀릭'을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밝혔다. 동성아트홀은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술영화관 운영 지원사업' 대상에서 탈락했다. 한 해 운영비의 절반인 6천만원 안팎을 매년 지원받다 지원금이 끊기자 매월 400만원 이상의 적자를 보면서 운영난이 심화됐다. 남 프로그래머는 "지난해 영진위 지원 탈락 이후 여러 자구책을 찾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며 "적자를 보며 6개월 이상 버텼지만 향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피치 못할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진위는 그동안 기본 요건만 갖추면 지원해오던 전국 예술영화관들 중 5곳에 대해 "지원금에 비해 운영 실적 및 발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사업 대상에서 탈락시켰다. 대구 동성아트홀, 부산 아트씨어터 C&C, 경남 거제 거제아트시네마, 안동 중앙시네마, 대전 아트시네마 등이다. 대구에서는 동성아트홀이 탈락하는 대신 복합상영관 브랜드인 롯데시네마가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하지만 전국 5곳 상영관에 대해 모두 9천여만원을 지원받게 된 롯데시네마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영진위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영진위는 지원금을 예술영화관에 다시 배분하지 않고 예산에서 삭제해버렸다. 이 여파는 예술영화관 폐관 도미노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거제아트시네마가 문을 닫은 데 이어 이번에 동성아트홀까지 폐관을 결정했고, 올해 설립 9년차를 맞은 대전 아트시네마도 극심한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동성아트홀은 최근 영화관 인수 의사를 밝힌 사람이 있어 협의를 진행했지만 무산됐다고 밝혔다. 남 프로그래머는 "동성아트홀이 대구지역에 '영화 문화 다양성'의 기초를 쌓은 사실만은 꼭 기억해달라"며 "혹여 인수할 의사가 있는 분의 연락을 기다린다"고 했다.
동성아트홀은 1992년 대구 최초의 소극장인 푸른극장을 배사흠 대표가 인수해 단관 극장으로 꾸리면서 출발했다. 이후 복합상영관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4년 당시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로 있던 남태우 씨의 제안으로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탈바꿈했다. 예술영화를 보려고 서울이나 부산으로 원정 관람을 가던 대구지역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00여 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지만 매년 200편이 넘는 세계 각국 예술영화를 상영하며 연 2만여 명의 관객을 모았으나 대기업 자본이 득세한 복합상영관과의 상업성 경쟁 파고를 넘지 못했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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