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 외과나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소위 비인기과에 전공의 지원을 기피하는 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중환자의 수술을 계속해야만 하는 대학병원들은 전담간호사나 여타 보조인력으로 대체해 왔다. 전공의는 병원에 고용된 의사이면서도 피교육자로서 밤새 당직하면서 중환자들에게 즉각 다가가서 적절한 처치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추 인력이다.
교수나 전문의는 어려운 수술에 있어서 면밀히 계획하고 수술을 집도하며 수술 후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검사와 처치를 지시하고 감독한다. 실제로 환자의 변화에 따라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고 적정 용량을 처방하며 정확히 주입할 것을 지시하는 인력은 전공의다.
전공의들 사이에서 소위 '바이탈'(호흡, 맥박, 체온 등 생명활력지표)과 멀어질수록 인기있는 과로 회자되고 있다. 전공의 지원을 꺼리는 과는 대체로 중환자를 다루는 과들이다. 외과나 흉부외과에 전공의가 한 명도 지원하지 않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중환자실이나 병실에서 환자를 일선에서 돌보는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중환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명이 외과의사의 손끝에 달려 있는 심장질환자나 중증 암 수술 후 이들을 돌볼 의사가 모자라면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나 정책 담당자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을 의료계 내부의 일이라고 방치한다. 병원과 외과교수들이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도 대안이 나오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보건 당국이 정책을 바꿔야 한다.
우선 의료보험 급여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어려운 수술에 대한 의료보험 수가가 턱없이 낮다. 난도가 높은 수술은 상대적으로 쉬운 진단과 처치에 비해 적정한 의료보험 수가를 적용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방식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외과계열에도 인기 과목이 있다. 급박하게 생사를 다루는 시술을 하지 않는 과들이다. 바이탈이 중요한 흉부외과나 외과 전문의가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외과 계열로 지원한 전공의 전체를 1, 2년간 공통으로 외과의 기본 술기를 익힌 후 전공과로 보내는 것이다. 외과계의 급여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1, 2년간 공동수련을 하는 제도는 전공의 제도를 시작한 미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급여제도와 수련정책을 고쳐 미래의 유능한 외과의사 배출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국민건강이 위협받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설 명절 연휴에도 중환자들을 돌보면서 병원을 지켜야 하는 전공의들이 "명절 연휴에 모두가 쉬어도 우리가 환자들을 지키겠다"고 결의하는 모습을 보면서 숙연해졌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고 진리로 공의를 베풀 것이라"는 이사야 선지자의 위로를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강구정 계명대 동산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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