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구단 선수들, 20년간 현미경 분석했죠"…허삼영 전력분석가

삼성 통합 4연패 숨은 공신…쉬는 날에도 선수들 찾아와

삼성 라이온즈 전력분석팀의 허삼영 과장이 오키나와 전훈캠프에서 투수들의 투구 영상을 기록하며 관찰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삼성 라이온즈 전력분석팀의 허삼영 과장이 오키나와 전훈캠프에서 투수들의 투구 영상을 기록하며 관찰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가 맞붙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의 분수령은 5차전이었다. 9회말에 터진 최형우의 끝내기 2루타로 삼성은 시리즈의 분위기를 휘어잡았고, 6차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최형우는 당시 "손승락의 승부 패턴을 잘 알아서 자신 있었다. 머릿속에 그려 놓은 볼 배합대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장면에서 최형우의 타격 기술 못지않게 돋보였던 것은 삼성의 전력분석팀이다. 손승락의 좌타자 승부구가 몸쪽 컷 패스트볼이란 점을 시즌 내내 강조해온 게 절체절명의 순간에 빛을 발했다. 분석 총괄을 맡고 있는 허삼영(43) 과장은 "손승락의 평소 투구 패턴을 선수들에게 강조했을 뿐이며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이라고 겸손해했다.

삼성의 통합 4연패에 드러나지 않게 큰 기여를 한 허 과장은 투수 출신이다. 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1991년 투수로 입단, 5년간 활약한 그는 1996년부터 프런트에 몸담았다. 벌써 20년 가까이 각 구단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온 터라 KBO 리그 최고의 전력분석가로 꼽힌다. 허 과장은 "기술적 지원을 하긴 하지만 사전에 코치와의 협의를 거쳐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피드백해준다"며 "코치는 선수의 문제점을 바로 지적할 수 있는 데 반해 분석원은 현장에서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귀띔했다.

그래서 그런지 스프링캠프 휴식일에도 그는 바쁘다. 선수들이 수시로 그의 숙소로 찾아와 자문하기 때문이다. 그를 친형처럼 따르는 선수들은 그의 '현미경 분석'에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자신도 모르던 약점을 콕 집어내는 지적을 고마워하기 마련이다. 허 과장은 "최근 좌완투수인 조현근의 던지는 팔 높이 수정을 유도해서 직구 시속이 4km 정도 향상됐고, 슬라이더 역시 승부구로 손색없을 만큼 위력적으로 변화했다"며 보람을 설명했다.

허 과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는 한화로 이적한 배영수와 일본에 진출한 밴덴헐크를 꼽았다. 배영수는 신인 때부터 하체 사용법을 지속적으로 체크하며 빠른 직구와 고속 슬라이더를 완성하는데 도움을 줬다. 밴덴헐크에게는 맞춤형 상대 타자 분석차트를 제공해줘 '에이스'로 거듭나게 했다. 밴덴헐크가 한국 2년차에 제구력이 몰라보게 향상된 것도 허 과장이 투구 시 시선 처리를 교정해준 덕분이다.

그가 보는 새 외국인 투수들은 어떨까? 허 과장은 "클로이드는 스피드에 비해 볼의 움직임이 우수하다. 짧은 테이크백 스윙으로 구속보다 볼이 빨라 보인다"며 "단점을 찾자면 커브 궤적이 슬라이더와 비슷해 타자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피가로에 대해서는 "탄력을 이용한 빠른 투구 동작이 인상적으로 직구는 낮은 탄도에서 볼 끝이 살아온다"며 "선발투수로서의 체력 유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전력분석팀이 강한 배경으로는 2012년 도입한 전략정보시스템 '스타비스'(STABIS)도 빼놓을 수 없다. 전형적인 데이터 스포츠인 야구에 특화시켜 자체적으로 개발한 솔루션이다. 허 과장은 "스타비스는 국내 최고의 전력 분석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영상 지원과 선수 개개인 모바일 지원이 가능하다"며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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