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힘든 금연, 지원 받으면 쉬워집니다

매년 연초가 되면 가장 많이 하는 결심이 '금연'이다. 특히 올해는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금연열풍이 불고 있다. 담뱃값을 인상한 지 40일이 지나도록 전국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는 사람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일부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상담사가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그만둘 정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들어 2월9일까지 전국보건소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사람은 총 18만3천44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9천159명에 비해 273.2%나 급증했다. 그동안 금연으로 인한 흡연율 감소가 일시적인 효과에 그쳤는데 올해부터는 실질적인 금연으로 이어질 것 같은 기대가 든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금연 실패의 쓴잔을 안겨준 담배이기에 지금의 금연 기세가 지속적으로 유지될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한때는 정을 나누는 매개체이자 멋과 문화의 대명사, 낭만과 고뇌의 상징이었던 담배, 고달픈 인생살이에 한 모금 연기를 불어내다 보면 때론 위로하며 어깨를 두드리는 친구 같은 존재 같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담배는 높은 중독성으로 인해 대부분 흡연자들이 습관적으로 피우게 된다. 또 청소년 흡연과 간접흡연 등 사회적인 문제와 더불어 잠재된 해악이 점차 드러나면서 지금은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담배에는 4천800여 종의 화학물질과 발암 및 발암 의심물질 69종이 함유되어 있으며, 흡연으로 인해 매년 전 세계적으로 60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흡연 사망자가 5만8천 명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을 세계 공중보건 문제 1위로 꼽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흡연자는 암발병률이 2.9~6.5배가 높고, 흡연으로 인해 매년 1조7천억원의 추가적인 진료비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밝혀져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국민건강보험료 인상의 직접적인 요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작년 4월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진료비를 환수하는 소송을 제기해 담배회사와 공방전을 치르는 중이기도 하다. 이렇게 해롭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흡연, 정부는 올해 담뱃값 인상으로 상반기까지 담배 판매량 감소율이 10% 수준만 유지돼도 흡연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기준으로 42.1%인 성인남성 흡연율을 35.1%로 7%포인트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금연을 결심한 흡연자를 돕는 금연치료에도 건강보험을 지원하기로 했다.

25일부터 일반 병'의원에서 받는 금연치료에도 건강보험이 지원돼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상담 및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금연을 희망할 경우 금연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병'의원에 내원하면 12주 동안 6회 이내 상담과 금연치료의약품 또는 패치, 껌, 사탕 등 금연보조제 비용 일부(30~70%)를 지원 받는다.

12주 기준으로 건강보험 지원이 없다면 18만원에서 45만원까지 비용이 들지만 보험이 지원되면 2만원에서 15만원대로 부담액이 대폭 줄어든다. 금연참여자는 의료기관 방문 시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로부터 니코틴중독 평가, 흡연욕구 관리 등 금연유지를 위한 상담을 제공 받는다. 특히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인 저소득층 본인부담금과 의료수급대상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비는 건강보험 금연치료 프로그램에서 정한 총비용의 범위 내에서 전액 지원할 방침이다.

새해만 되면 연례행사로 하던 금연 결심. 어떤 일이든 의지가 중요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체적인 중독성이 있는 금연은 '해내겠다'는 의지만 믿다가는 낭패를 보기가 쉽다. 의지만으로 힘든 금연, 지원 받으면 쉬워지는 만큼 많은 애연가들이 금연치료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이태형/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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