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포스코LED, 울산-포뉴텍…떠나는 기업 붙잡기 정반대 행보

포항 "이럴 수 있나" 울산 "뭐해줄까요"

"우리 몰래 포항 본사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버리다니, 이럴 수 있나요? 다른 계열사를 갖고 오든지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하시오."(포항시)

"왜 떠나려 하십니까? 뭐가 필요하신지요? 땅을 달라면 우리가 싼 곳을 알아보고, 기업이 어렵다면 지원금이라도 마련해볼 터이니 지역경제를 위해서라도 남아주세요."(울산시)

포스코ICT가 자회사 포스코LED를 경기도 기흥으로 몰래 옮겨버린 뒤(본지 9일 자 6면 보도 등) 포항시를 다독일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또 다른 자회사인 포뉴텍의 포항 이전을 고려한다는 사실(10일 자 6면 보도)이 알려지자, 울산시와 울산 상공계가 포뉴텍 잡기에 나섰다.

회사가 지역을 떠난 지도 모르고 있다가, 떠나간 뒤에야 대책을 마련하라며 해당 기업을 압박하는 포항시와 사뭇 다른 울산시의 태도에 포뉴텍은 되레 호기를 맞았다며 안심하고 있다.

울산시는 포뉴텍이 본사 사택을 매각하더라도, 직원들이 근무할 다른 사무실을 직접 나서 물색해주고, 필요에 따라 기업지원금도 주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포뉴텍은 본사 이전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다 울산 상공계도 향토기업이 지역을 떠나면 안 된다는 입장과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향토기업에 대한 사랑을 전했다.

반면 포항시는 포스코LED 본사 이전과 관련해 모회사인 포스코ICT에 분노와 질책만 쏟아냈을 뿐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포스코ICT 이승주 전무와 포스코LED 황석주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포스코LED 이전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한 뒤 다시 협의하자"고만 했을 뿐이다.

포항상공회의소는 아예 포스코LED 본사 이전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다음 달로 예정된 포항상의 회장 선거에만 관심을 집중할 뿐, 지역 기업이 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무신경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최병곤 포항상의 회장 역시 올해 임기가 끝날 예정이어서 지역기업 이탈에 대해 무심한 반응이다.

포항 상공계 한 인사는 "있는 기업도 제대로 못 지키는 포항시와 포항상의가 한심하기도 하지만, 기업 이전에 대한 대응이 더 문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지자체, 상공인들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상의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포뉴텍의 이탈을 막으려고 애쓰는 지자체와 상공계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울산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포뉴텍은 최근 발전소 수주 등을 잇따라 따내며 올해 100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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