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들 "현장 급습·증거 확보 고충 덜었다"

고소 건수 매년 줄어 유명무실…자백 없으면 직접 증거 수집해야

경찰관들은 간통죄 폐지 소식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간통 고소 건수가 해마다 줄고 있어서다. 일부 경찰관들은 간통죄 수사 과정에서 고충이 많았는데 앓던 이를 뺀 것처럼 후련하다는 심정도 털어놨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91건이었던 간통죄 고소 건수는 지난해 76건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경찰 내에서는 간통죄가 유명무실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경찰관은 "전담 형사가 있을 정도로 간통 고소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 달에 한 건도 접수되지 않을 때가 잦다"고 했다.

간통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관들은 남모를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간통죄는 주로 피고소인들의 자백에 의해 처벌되지만 자백을 거부할 경우 직접 증거가 있어야 한다. 간통죄의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간통 현장을 적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 현장 밖에서 상당 시간을 대기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또 고소인이 피고소인들을 미행하다 현장을 확보했다며 경찰에 긴급 출동을 요청하는 일도 많았다.

증거를 확보했는데도 처벌할 수 없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4년간 간통 사건을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여성 피고소인의 신체에서 체액이 발견돼 이를 국과수에 넘겼는데 남성 피고소인이 정관수술을 한 상태여서 이 남성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피고소인들이 간통 사실을 강력히 부인해 결국 기소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합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일반 고소사건과 달리 웃지 못할 일들도 많이 벌어졌다. 여성 피고소인이 남성의 아내에게 합의금을 주고 사건이 마무리됐는데, 이 여성의 남편이 다시 간통으로 고소해 남성으로부터 합의금을 챙겨 받는 사례들도 적잖았다.

또 다른 경찰관은 "양쪽에 수천만원의 합의금만 오가면서 힘들게 한 수사가 헛수고가 되는 일도 많았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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