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 실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체제에서부터 인연이 있다. 국정 난맥의 원인으로 꼽혀왔던 당'정'청 불통을 풀 적임자라는 해석이다. 전형적인 정무형 인사인 그를 박 대통령이 국정원장 청문회라는 부담까지 안으면서 뽑아온 것은 그만큼 정치권과 스킨십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반면 정치 개입 논란을 일소할 국정원 개혁 적임자로 지난해 7월 임명된 이 실장을 성과도 내기 전에 발탁한 것은 국정원 개혁 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란 비판론도 적지 않다. '이병기 카드'였다면 이렇게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서 비서실장을 할 사람이 없었다는 '대안부재론'에도 무게가 실린다. 또 사실상 원박에 가까운 인사라는 점에서 탕평, 화합형 이미지와는 괴리가 있다. 당장 국정원장 공석이라 외교'안보 진용의 공백이 우려된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인사 개편 발표 직후 "(이 비서실장이) 소통은 잘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국정원장 한 지 얼마 안 된 분이 가서 그 부분은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당'정'청 대화하는 데에, 박근혜정부 성공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석의 잦은 교체는 도마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윤두현 홍보수석을 교체하고 이 자리에 김성우 전 대통령 사회문화특보를 앉혔다. 정부 출범 3년 차에 네 번째 홍보수석이다. 민정수석도 곽상도, 홍경식, 김영한 등에서 우병우 전 민정비서관이 임명된 바 있다. 윤 수석의 사의 배경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설연휴 전에 육체적으로 힘들다면서 비서실장께 사의를 밝혔고,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등 여러 말들을 낳고 있다.
청와대 정무특보로 임명된 주호영 김재원 윤상현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친이계와 친박계로 구성됐지만 실제 야당과의 대화나 협상에서 적임자냐는 것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주 의원은 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했고 지난 정부에서 특임장관까지 지낸 바 있지만, 김'윤 두 의원은 친박 복심이어서 일각에선 "청와대가 이 둘을 통해 일방통행식 소통을 계속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특사로 우루과이로 떠난 주 의원은 27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민의 진솔한 여론을 가감 없이 전해서 국민과 친숙한 청와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자신이 "특보단을 두려면 야당이나 당내 소외된 그룹과 대화가 잘될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고 박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을 두고 "건의 드린 부분은 반영이 안 됐다. (특보 내정과 관련해선 당과 상의가) 없었다. 오후 1시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이야기만 들었다"고 했다.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당 소속 의원을 데려다 쓰는 일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와 교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정원장이 임명된 것을 두고 "신(新)유신시대의 선포이자 국민 소통과 거리가 먼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소통과 국민 통합에 매진해야 할 비서실장에 현직 국정원장을 임명, 정보정치와 공안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특보단에 대해서도 "국민의 목소리를 직언할 인사로 구성되길 기대했으나 '친박 친위부대'가 대거 포진돼 매우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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