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9시 30분쯤 경기도 화성의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전모(75) 씨가 가족을 상대로 엽총을 난사했다. 이 사건으로 전 씨의 형(86)과 형수인 백모(84) 씨, 출동한 관할 파출소장 이모 경감 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 씨 형의 며느리는 탈출하는 과정에서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피의자 전 씨는 범행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평소 형제간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주변인 진술을 바탕으로 형제간 불화로 사건이 빚어진 것으로 보고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세종시 엽총 살해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또다시 '총기 사건'이 발생, 경찰의 허술한 총기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 지역에서 소지 허가가 난 총기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5천605정이다. 이 가운데 사냥이나 고라니, 비둘기 등 유해조수 포획에 사용되는 개인 엽총과 공기총은 각각 1천486정, 2천610정에 이른다.
현재 총기 소지 자격 및 관리 사항을 규정하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라 총기를 소지하기 위해서는 수렵면허증과 유해 야생동물 포획 허가증을 취득한 뒤 경찰이 발행하는 총기 소지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경찰이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허점이 적잖다는 점이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가정폭력, 전과기록, 정신병력 등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한번 받은 허가가 5년 동안 유효해 그 기간에 소지자에게 어떤 문제가 생겨도 제재 방법이 없다. 또 허가 전에 신체검사나 4시간의 수렵 강습 이수도 요구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경찰관은 "신체검사가 시력이나 소변 검사 정도에 그치고 안전교육도 1시간 남짓한 시청각 자료에 의존하는 것이 전부다"고 했다.
또 1년 중 3, 4개월에 이르는 수렵허가 기간에는 소지자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시간 내에는 사실상 사용자의 행적이나 사용 용도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총기에 대한 국민 정서는 여전히 엄격한데도 1년에 한 번씩 하는 경찰의 총기 일제점검은 불법 개조나 소재를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총기를 일일이 확인할 길이 없는 만큼 5년에 한 번씩 있는 총기사용 허가 갱신 기간을 줄이고, 수렵 기간에 총기 소지 장소 제한 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은 허술한 총기 관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대책을 내놓았다. 경찰청은 27일 총기 소지자의 허가 갱신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총기를 입'출고할 수 있는 경찰관서도 전국 단위에서 '총기 소지자의 주소지 경찰관서'와 '수렵장을 관할하는 경찰관서'로 제한키로 했다. 또 폭력 행위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개인에 대해 총기 소지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총기 사고를 계기로 대구도 매년 3월 말로 예정된 총기 일제점검 기간을 앞당겨 개인이 소지한 총기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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