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 원전 반대" 농어민도 가세

"영덕대게 브랜드 가치 붕괴" 잠잠하던 농어민단체도 가세

영덕 원전 반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2012년 9월 영덕 천지원전 부지 고시 이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농어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2일 열린 '영덕 천지원전 건설 백지화 범군민연대'(이하 범군민연대) 발대식의 주축은 농업경연인회 영덕군연합회'수산업경영인 영덕군연합회 등 농어민들이다. 시민단체로는 지난 2003년 영덕 핵폐기장 반대 투쟁을 이끌었던 영근회와 영덕군 내 최대 향우회 단체인 지품면 출신들의 모임인 청지회가 참여했다.

원전 반대 중심이 최근까지 환경단체인 백지화투쟁위원회에서 농어민단체와 시민단체 쪽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선 영덕군의회 의장과 원전특위위원장 등 군의원들이 찬조연설을 하며 범군민연대의 군민투표 요구에 힘을 보탰다.

농어민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들이 범군민연대 발대식에서 밝혔듯 원전이 들어오면 농업과 어업 기반이 송두리째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어민단체 관계자는 "영덕대게는 브랜드 가치로만 3조원이라고 한다. 강구 대게 상가로 관광객들이 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영덕대게축제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모두 '영덕대게'라는 브랜드 덕분이다. 영덕에 원전이 들어서고 나면 영덕대게 브랜드는 타격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어민들뿐만 아니라 대게 상가와 종사원들, 그리고 가공산업에까지 악영향이 예상되고 있는데 원전 지원금 몇천억원에 수조원짜리 대게를 팔아먹을 수 있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복이 한농연 영덕군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인근 울진의 사례만 봐도 각종 농산물이 경매 단계에서 홀대를 받는다. 일부 중간 도매상들이 울진 농산물을 싸게 사서 영덕 농산물로 상자갈이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우리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청정 영덕'이라는 이미지 덕에 좋은 값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원전이 들어오면 이러한 농업기반이 무너질 우려가 매우 높다. 달콤한 지원에 현혹돼 원전을 용인하는 것은 '쌀 얻으려고 쪽박을 깨는 격'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덕군의회는 4일 영덕 신규원전 찬반TV토론회를 포항MBC 공개홀에서 연다. 녹화된 토론회는 6일과 8일 포항MBC를 통해 방영된다. 이번 토론회에는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유치찬성 측 패널로는 김진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이완섭 영덕군 혁신위원이 나서고, 유치반대 측 패널로는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이복이 한국농업경영인회 영덕군 연합회 수석 부회장이 뽑혔다.

영덕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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