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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코앞, 웬 식자재마트" 대구 와룡시장 상인들 반발

건축주, 사무실 짓겠다지만 변종 SSM 입점 불안감 높아

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 상인 150여 명이 시장 인근에 변종 SSM 입점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 상인 150여 명이 시장 인근에 변종 SSM 입점을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식자재마트 물러가라! 시장 상권 다 죽는다!"

3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와룡시장 인근 공터. 시장 상인 150여 명이 궂은 날씨 속에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식자재마트 입점 반대 집회'를 벌였다.

1994년 개장한 달서구 신당동 와룡시장(점포 350여 개)은 성서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이다. 이곳 상인들은 근처에 식자재마트 등 변종 SSM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상권을 뺏길까 일손도 내려놨다. 윤선주(57) 와룡시장 상인회장은 "최근 달서구청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아케이드와 주차장을 만들었다. 시장 바로 앞에 할인마트가 들어서 손님을 다 빼앗기면 결국 시장 활성화는 구호일 뿐이고 예산도 낭비한 셈이 된다"고 했다.

달서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한 건물주가 와룡시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 3층 건물을 짓고, 1층에 소매점(면적 999㎡), 2'3층에 의원과 사무실 등을 입점시키겠다며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달서구청은 이곳이 창고시설을 들일 수 없는 지구단위 개발구역인 점을 들어 건축 허가 신청을 반려했지만, 건물주는 창고 대신 임대용 사무실 공간을 만들어 재차 허가 신청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건물주는 "당초 지역 백화점과 연계한 마트를 짓고자 했지만 시장 상인들의 반발로 일반 할인슈퍼로 바꿨다. 변종 SSM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상인은 "건축 허가만 받고서 식자재마트 등을 들일 수도 있다. 변종 SSM을 들이지 않겠다는 건축주의 확답과 구청의 단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대구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통해 서민 경제를 보호하겠다고 발표(본지 2월 16일 자 3면 보도)한 바 있지만 상인들은 이 약속이 과연 지켜질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현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대형 유통업체와 '상품공급점' 계약을 맺은 변종 SSM이 시장 근처에도 입점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는 지난달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서민경제 특별진흥지구'로 지정, 전통시장 반경 1㎞ 이내에 진입하려는 변종 SSM에 대해 상권영향평가서와 상생협력계획서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서민상권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례도 올 상반기 중에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통시장 인근의 변종 SSM 진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통시장 주변의 변종 SSM 건축 허가로 논란이 벌어진 곳은 동구'북구'수성구'달서구 한 곳씩 모두 4곳에 이른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와룡시장 인근 마트 건물주에게 변종 SSM을 짓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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