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시의 일방적인 문화행정, 시에 기생하려는 인사만 키운다

대구시가 축제의 계절별 특화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내용을 수정했다. 대구시는 지난달 25일 기존의 축제를 통폐합해 계절별로 컬러풀 축제, 대구핫페스티벌, 공연'예술 축제를 열기로 했다. 이 가운데 매년 10월에 개최한 컬러풀 축제 때 2, 3일 동안 시민참여 형태로 열린 컬러풀 퍼레이드를 5월 중 하루 2시간의 전문 퍼레이드단 공연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안은 이튿날인 26일, 시민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은 행사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대구시의회의 지적에 따라 수정됐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사태 안에는 축제에 대한 대구시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축제는 모두 사후 평가를 하도록 돼 있다. 이 퍼레이드가 중심이 돼 열린 지난해 컬러풀 축제도 마찬가지였다. 행사 관람객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만든 대구문화재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컬러풀 축제는 75.5점으로 매우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구시는 평가서를 공개하지 않고, 시 의회의 자료 요구에도 말 바꾸기로 미루다가 뒤늦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잘했다는 보고서를 숨긴 이유는 엉뚱하게 행사 줄이기로 나타났다.

시의 제 멋대로 식 행정은 이번 개편안에 잘 나타난다. 연관성이 떨어지는 일부 축제 개최 시기를 강제 조정해 묶었는가 하면 신설, 축소 등도 전문가의 의견을 제대로 구하지 않았다. 또, 기존의 축제마다 조직위가 있는데도 전체를 통괄하는 축제조직위를 만들겠다는 것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문화행정의 기본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축제와 이를 주관하는 여러 문화예술 단체의 자생력이 생긴다. 축제에 관한 한 대구시가 해야 할 일은 철저한 사후 평가다. 이를 통해 경쟁력 있는 행사는 대구의 대표축제로 키우고, 그렇지 않은 축제는 지원을 줄여나가는 것이 제대로 된 행정이다. '돈줄'을 쥐었다는 이유로 독단하면 시에 빌붙어 기생하는 단체나 인사만 양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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