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암벽등반

스릴 넘치는 암벽등반의 세계, 팔공산 수태골 슬랩장

지난주까지 주제가 겨울 빙벽등반이었다면, 이번주부터는 한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 언제든지 실내'실외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암벽등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독자들도 암벽등반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유달리 등산 동호인구가 많은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벌써 접해 본 독자들도 있을 것이고, 영화, 인터넷 등 매체를 간접적으로 접해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암벽등반에 대해서 막연히 '내가 하기에는 어려운, 전문가들만이 하는 특별한 스포츠' 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에 대해 필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 우선 외벽이나 자연암벽에서 선등으로 올라간다든지, 어려운 오버행(기울기가 90도보다 더 심한 암벽) 구간을 등반할 때, 여러 번의 연속적인 등반으로 나눠진 멀티 피치등반 등을 할 때에는 비교적 숙련된 경험과 실력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단순히 암벽에 매달려 자신의 난이도에 맞는 코스를 골라, 올라가는 데에는 그다지 큰 기술이나 힘이 필요하지 않다. 장비 또한 암벽화와 쵸크백만 있으면 실내 암벽장에서 암벽을 익히고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요즘은 애써 자연바위가 있는 산에 찾아가지 않아도 주변 여러 군데에 실내'실외 암벽장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암벽등반이 예전에는 산악인들만이 즐기는 특수한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관심만 있다면 산악인이 아니더라도 운동으로, 취미로 충분히 접하고 즐길 수 있다.

마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듯, 월 7만~10만원 정도의 회비를 지불하고 실내 암벽장에 등록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간편한 방법 중 하나다.

암벽등반은 전신을 다 사용하는 운동이다. 하지만 다른 운동에 비해서 손(팔)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요령이 없는 초보들은 특히나 팔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 처음에 의욕 넘치게 도전했다가 첫째, 둘째날 무리를 하고 작심삼일로 포기하는 사람이 많기도 한 이유다.

초보자들은 처음에 자신에게 맞는 큰 홀드를 많이 잡고,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벽을 왔다갔다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이렇게 실내클라이밍 센터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필자의 경우는 대학 동아리에서 약간은 군기를 가미한 도제식의 방법으로 등반을 배웠다. 어느 방법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눈물 쏙 빠지도록 엄하게 배우는 도제식을 요즘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대구는 등산'등반분야에 있어서는 전국에서 알아줄 정도로 동호인 비율이 높고, 등반계에서 유명한 선수들도 배출한 도시이다. 이런 배경에는 대구를 감싸고 있는 팔공산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수태골 슬랩장의 경우 초보자들이 하네스(안전밸트)를 비롯해 하강기, 카라비너, 암벽화 등 여러 장비들을 쉽게 배워 체험할 수 있는 딱 좋은 연습장이다. 예전에 인공암벽장이 없던 시절부터 대구지역 산악인들이 매달렸고 지금도 씨름하는 북벽'남벽 그리고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연경암장 등은 대구지역 등반가들에게 더없이 좋은 암벽등반 장소가 되어 왔다.

팔공산 동화사지구 수태골에서 40분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수태골 슬랩장(매끈하게 경사진 바위를 일컫는 말로, 보통은 40~60°정도의 경사를 가진 경우가 많다)에서는 매년 봄이 되면 여러 군데의 대학 산악부, 등산학교에서 교육에 분주하다. 암벽화를 신고, 안전벨트를 착용한 채 '누구누구 등반준비 완료' 혹은 '안착', '하강' 따위를 큰 소리로 외치며 등산객들의 시선을 끈다. 숙달된 강사나 선배들이 로프를 설치해 놓으면, 초보자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매끈한 바위에 발을 딛는다. 익숙해지면 그다지 어려운 기울기는 아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바위에 매달린 채로, 손에는 잡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벽에 엉덩이를 붙이고, 무릎을 펴고 상체를 들어라. 미끄러지지 않으니까 발(암벽화)을 믿어라, 확보를 보고 있으니 안전하다' 라고 밑에서 소리치는 선배들의 지시에 겁에 질려 머리가 하얘진다. 선배의 얘기는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애꿎은 다리만 달달 떨기 일쑤다. 그렇게 한바탕 슬랩과 씨름하고, 우여곡절 끝에 상단에 올라서서 확보를 하고 경치를 바라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이 나고 뿌듯함을 느낀다. 여린 여자 교육생들은 힘들고 무서워 울다가, 정상에 도착하면 기분이 좋아 눈물도 그치기 전에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교육을 받는 사람도, 교육을 하는 사람도 그 뿌듯함을 알기에 매년봄 팔공산 슬랩장은 알록달록한 헬멧들로 꽃이 핀다.

김재민(대구산악연맹 일반등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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